"잔해만 남았다" 2살 아이까지 삼킨 토네이도…美1억명이 떤다

서유진 2024. 5. 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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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남부에 토네이도 등 강력한 폭풍우가 발생해 최소 20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7일(현지시간)부터는 폭풍우가 인구가 몰린 미 동부까지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재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 전역에 토네이도가 989건이나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추세라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26일 AP통신에 따르면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아칸소 등지에서 토네이도 등 악천후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20명 나왔다. CNN은 이날 기준 중부 미시시피와 오하이오 등에서 1억1000만여명이 강풍과 우박 위험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인구의 3분의 1이 악천후 위협에 놓였다는 것이다.

전날 텍사스주 쿡 카운티에서는 강한 토네이도가 이동식 주택 단지가 있는 지역을 관통해 7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에는 2세, 5세 어린이도 포함됐다. 쿡 카운티 보안관 레이 새핑턴은 CNN에 "(이 지역에) 잔해만 남아있다"면서 "피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 밸리뷰를 강타한 토네이도가 지나간 27일, 잔해가 널려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텍사스 댈러스 북부 덴턴 카운티에서도 토네이도로 인해 부상자가 여러 명 나왔다. 토네이도가 이 지역을 휩쓸면서 트랙터 트레일러가 전복되는 사고로 35번 고속도로의 차량 흐름이 한 때 끊겼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SNS에 올라온 '텍사스 우박' 동영상에는 굵은 우박이 땅에 내려 꽂히는 모습이 담겼다. 미 폭풍예측센터(SPC)에 따르면 악천후를 일으키는 강력한 뇌우는 골프공 크기 정도인 지름 2인치(약 5㎝)의 우박을 동반하기도 한다.

텍사스에 피해가 계속되자,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토네이도 피해를 본 4개 카운티에 추가로 재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로써 텍사스 전체 254개 카운티 가운데 106곳(42%)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전력 시설 강타…54만 가구 정전

아칸소주 분 카운티에서도 주택 여러 채가 부서지고 26세 여성 등 최소 5명이 숨졌다. 아칸소주 벤턴 카운티에서도 1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다. 오클라호마주 메이즈 카운티의 프라이어시에서도 밤새 폭풍우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폭풍우를 몰고 온 기단은 이날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켄터키, 인디애나, 테네시, 버지니아까지 영향을 미쳤다.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강풍이 불면서 나무가 쓰러져 남성 1명이 숨졌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이날 낮 12시 45분 시작될 예정이던 자동차 경주 '인디 500'이 천둥과 번개 위험으로 연기됐다가 약 4시간 만에 시작됐다.

거센 폭풍우가 전력 시설을 강타하면서 대규모 정전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미국의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미 중남부와 동부 일부까지 강풍 영향권에 놓이면서 이날 오후 7시 기준 약 54만 가구(상업시설 포함)에 전기가 끊겼다.

한편 주휴스턴총영사관과 주댈러스출장소에 따르면 이번 토네이도·강풍과 관련해 한국인이나 한인 동포의 피해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지난 4월, 美 역대 두 번째로 토네이도 많아

미 언론은 이상고온 등 기후 변화로 토네이도 발생이 최근 더 잦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표면의 온도 상승은 토네이도 형성에 좋은 '재료'가 된다. 습하고 더운 공기가 올라가 상공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와 만나면 토네이도로 돌변할 수 있는 뇌우를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미시시피주 등 일부 지역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토네이도가 쉽게 형성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토네이도는 989개(27일 기준) 발생했다. NOAA 홈페이지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토네이도는 989개(27일 기준) 발생했다. 2022년(1163개), 지난해(1423개)와 비교하면 벌써 연간 토네이도의 70~85%가 발생한 셈이다. 또 지난 4월은 미국에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토네이도가 발생한 달로 기록됐다.

26일 텍사스주 밸리뷰에 토네이도가 몰아친 다음날, 부서진 차량과 건물 잔해의 모습. AP=연합뉴스


미 국립기상센터에 따르면 27일부터는 폭풍우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앨라배마주, 뉴욕시 등으로 피해 지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해럴드 브룩스 미 국립폭풍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27일인 메모리얼 데이(전몰장병 추모일·매년 5월 마지막 주 월요일)까지 이어지는 연휴에 위험 지역을 지나는 여행객들은 비상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26일 텍사스주 밸리뷰에 토네이도가 강타하면서 주유소 등 일부 시설이 심하게 손상된 모습. AP=연합뉴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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