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만 남았다" 2살 아이까지 삼킨 토네이도…美1억명이 떤다
미국 중남부에 토네이도 등 강력한 폭풍우가 발생해 최소 20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7일(현지시간)부터는 폭풍우가 인구가 몰린 미 동부까지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재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 전역에 토네이도가 989건이나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추세라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26일 AP통신에 따르면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아칸소 등지에서 토네이도 등 악천후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20명 나왔다. CNN은 이날 기준 중부 미시시피와 오하이오 등에서 1억1000만여명이 강풍과 우박 위험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인구의 3분의 1이 악천후 위협에 놓였다는 것이다.
전날 텍사스주 쿡 카운티에서는 강한 토네이도가 이동식 주택 단지가 있는 지역을 관통해 7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에는 2세, 5세 어린이도 포함됐다. 쿡 카운티 보안관 레이 새핑턴은 CNN에 "(이 지역에) 잔해만 남아있다"면서 "피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텍사스 댈러스 북부 덴턴 카운티에서도 토네이도로 인해 부상자가 여러 명 나왔다. 토네이도가 이 지역을 휩쓸면서 트랙터 트레일러가 전복되는 사고로 35번 고속도로의 차량 흐름이 한 때 끊겼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SNS에 올라온 '텍사스 우박' 동영상에는 굵은 우박이 땅에 내려 꽂히는 모습이 담겼다. 미 폭풍예측센터(SPC)에 따르면 악천후를 일으키는 강력한 뇌우는 골프공 크기 정도인 지름 2인치(약 5㎝)의 우박을 동반하기도 한다.
텍사스에 피해가 계속되자,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토네이도 피해를 본 4개 카운티에 추가로 재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로써 텍사스 전체 254개 카운티 가운데 106곳(42%)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전력 시설 강타…54만 가구 정전
아칸소주 분 카운티에서도 주택 여러 채가 부서지고 26세 여성 등 최소 5명이 숨졌다. 아칸소주 벤턴 카운티에서도 1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다. 오클라호마주 메이즈 카운티의 프라이어시에서도 밤새 폭풍우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폭풍우를 몰고 온 기단은 이날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켄터키, 인디애나, 테네시, 버지니아까지 영향을 미쳤다.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강풍이 불면서 나무가 쓰러져 남성 1명이 숨졌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이날 낮 12시 45분 시작될 예정이던 자동차 경주 '인디 500'이 천둥과 번개 위험으로 연기됐다가 약 4시간 만에 시작됐다.
거센 폭풍우가 전력 시설을 강타하면서 대규모 정전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미국의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미 중남부와 동부 일부까지 강풍 영향권에 놓이면서 이날 오후 7시 기준 약 54만 가구(상업시설 포함)에 전기가 끊겼다.
한편 주휴스턴총영사관과 주댈러스출장소에 따르면 이번 토네이도·강풍과 관련해 한국인이나 한인 동포의 피해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지난 4월, 美 역대 두 번째로 토네이도 많아
미 언론은 이상고온 등 기후 변화로 토네이도 발생이 최근 더 잦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표면의 온도 상승은 토네이도 형성에 좋은 '재료'가 된다. 습하고 더운 공기가 올라가 상공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와 만나면 토네이도로 돌변할 수 있는 뇌우를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미시시피주 등 일부 지역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토네이도가 쉽게 형성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토네이도는 989개(27일 기준) 발생했다. 2022년(1163개), 지난해(1423개)와 비교하면 벌써 연간 토네이도의 70~85%가 발생한 셈이다. 또 지난 4월은 미국에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토네이도가 발생한 달로 기록됐다.
미 국립기상센터에 따르면 27일부터는 폭풍우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앨라배마주, 뉴욕시 등으로 피해 지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해럴드 브룩스 미 국립폭풍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27일인 메모리얼 데이(전몰장병 추모일·매년 5월 마지막 주 월요일)까지 이어지는 연휴에 위험 지역을 지나는 여행객들은 비상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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