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회담은 1면, 중·일은 2면…中인민일보 지면배치 속내
4년여 반 만에 27일 한·일·중 정상회의가 재개된 가운데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전날 열린 한·중 양자 회담과 중·일 회담을 각각 1면과 2면에 게재했다. 지면 배치와 편집 면에서 한·일·중 회의에 임하는 중국의 전략이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자 인민일보는 1면에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強) 중국 총리의 회담 관련 보도를 게재했다. 반면 리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회담은 2면에 실렸는데, 리 총리와 이재용 삼성 회장과의 면담 소식을 함께 배치했다.
보도 내용도 한·중 회담과 중·일 회담 사이의 온도 차가 느껴졌다. 인민일보는 중·일 회담 기사에서 리 총리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 중의 핵심이자, 레드라인”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중 회담 관련 기사에는 실리지 않은 문장이다.
한·일 정상의 대만 관련 발언의 처리도 달랐다. 인민일보는 중·일 회담 보도에서 기시다 총리가 “일본은 대만 문제에서 1972년 ‘일중 공동성명’에서 확정한 입장을 견지하며 이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한·중 회담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관련 발언은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며 이는 바뀌지 않았다”이라고 처리했다. 이는 한국 측 발표에는 없는 내용으로,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보도를 종합하면 기시다 총리는 '하나의 중국'을 직접 밝히는 대신 1972년 중·일 수교 성명을 언급하는 수준에서 일본의 대만 정책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은 양자 회담에서 안보 면에 강경한 입장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 일본 외무성은 일본 측이 회담에서 “남중국해·홍콩·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밝혔고, 대만에 대해서는 최근 군사정세를 포함한 동향을 주시한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매우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밝혔다”고 전했다. 한국 대통령실의 발표에는 나타나지 않은, 상대적으로 수위가 높은 발언이다.
한편 중국은 중·일 회담 소식을 27일 오전에야 뒤늦게 시진핑 주석 등 정치국 상무위원의 외교 동정을 게재하는 ‘주요뉴스’란에 게재했다. 이 역시 일본과의 회담에 대한 불만을 우회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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