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수신업체 "불법이니 배당금 돌려달라"…대법 "반환 안돼"
불법 유사수신 사업자와 투자·배당 등 계약을 맺었더라도 이 계약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서 투자자는 이익금을 토해내지 않아도 된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유사수신(불법 금융) 업체 A사의 회생절차 관리인이 투자자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25일 확정했다.
A사는 부실채권 관리·매입 업체를 표방하면서 허가 없이 투자금을 모으고 ‘돌려막기’식으로 수익금을 지급하는 불법 영업을 했다. B씨는 2018년 6월 A사에 3000만원을 투자해 2019년 7월까지 투자 원금과 배당금으로 3580만여원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불법 영업이 적발되며 A사는 2021년 8월부터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회생절차 관리인은 A사의 유사수신행위가 불법이기 때문에 B씨와 맺은 투자 계약이 무효이고 B씨는 약정에 따라 얻은 배당금을 반환해야 한다며 2022년 9월 소송을 제기했다. A사의 불법 유사수신행위 혐의는 A사를 운영했던 부부가 올 3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25년과 징역 20년 판결을 받으면서 확정됐다.
유사수신행위법은 은행법·저축은행법에 따라 인가·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출자금 전액이나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하겠다’고 약정해 출자금을 받는 등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은 A사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의 쟁점은 ‘누구든지 유사수신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유사수신행위법 3조의 취지였다. 이 조항이 불법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넘어서 그 효력까지 무효로 하는 ‘효력 규정’이라고 해석할 경우 B씨의 투자 계약은 무효이므로 배당금을 돌려줘야 한다. 반면 3조를 불법 행위를 처벌하지만 그 효력은 인정하는 ‘단속 규정’으로 보면 계약 자체는 유효해 B씨는 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
대법원은 유사수신행위법 3조를 단속 규정으로 해석하고, 이에 따라 맺어진 계약은 효력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사수신행위법은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자를 처벌할 뿐 상대방을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는 게 주된 근거였다.
대법원은 “유사수신행위법 3조를 효력규정으로 봐 이를 위반한 법률 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것은 선의의 거래 상대방을 오히려 불리하게 함으로써 ‘선량한 거래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 취지에 실질적으로 반할 수 있고, 계약의 유효성을 신뢰한 상대방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입법 목적은 행정적 규제나 형사처벌을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고,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의 사법(私法)상 효력까지 부정해야만 비로소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최근 불법 금융업으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으나 유사수신행위법 3조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하급심 판단은 계속 엇갈렸다. 3조의 해석에 관해 대법원이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유사수신행위법에서 유사수신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원고와 피고 모두 보호할 가치는 없지만, 계약을 무효로 돌려 회사만 이익을 보게할 이유는 없으므로 효력규정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며 “유사수신행위보다 더 위법성이 큰 사기로 인한 계약체결도 취소가 가능할 뿐인데, 유사수신행위로 인한 계약체결을 유효로 보다 더 강하게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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