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문 진심합심] 진짜 나는 어디에 있나
안희수 2024. 5. 27. 07:31
세 선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부침을 겪었습니다. 경기력에 영향을 받기도 했고요. 최고의 선수를 향해 가는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지 볼까요. 변화무쌍한 인생을 사는 우리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포수 자리가 이끈 몰입
포수 강백호. 올 시즌을 시작한 뒤 갑자기 포지션을 포수로 바꾼다는 소속팀 감독님 발표에 놀랐지만, 이렇다 할 선수 본인의 인터뷰가 없어 저의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현장 지도자의 코멘트로 전해 듣는 기사로는 부족했습니다. 당사자인 선수 말이 아닌, 전달자인 감독의 해석이었기 때문입니다. 선수의 심리, 팀 문화의 역학 관계를 연구하는 저로서는 장막에 둘러싸인 듯 했습니다.
강 선수처럼 에고(ego)가 강한 팀의 핵심 선수가 캠프 때도 아닌, 시즌 도중에 포지션을 바꾼다?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 목소리는 없다? 저는 홍보팀 통해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앞서 여러 이슈에 따른 그의 심리적 방황기로 인해 미디어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웠고, 걱정이 됐습니다.
그러던 4월 초 어느 날, 포수로 첫 선발 출장(프로 데뷔 후 포수로서 여섯 번째 출장)을 마친 뒤 강 선수는 드디어 미디어를 직접 만납니다. 오랜만에 취재진에게 말문을 연 그의 워딩 중 “재미있고 신기하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가장 최근 인터뷰에선 “손에 꼽을 정도로 경기에 몰입했다"라는 말도 합니다.
재미와 몰입. 강렬한 키워드입니다. 포지션 변경에 대한 저의 의심은 줄고 조금은 안심이 됐습니다. 무모하거나 또는 획기적일 수 있는 그의 선택(또한 팀의 선택)이 어떤 과정을 밟는지는 강 선수의 또 다른 선택인 두 핵심 단어에 압축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구에 대한 새로운 흥미, 이를 통해 키워진 집중력, 그리고 책임감까지. ‘야구선수’ 강백호가 돌아왔습니다.
포수 자리가 이끈 몰입
포수 강백호. 올 시즌을 시작한 뒤 갑자기 포지션을 포수로 바꾼다는 소속팀 감독님 발표에 놀랐지만, 이렇다 할 선수 본인의 인터뷰가 없어 저의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현장 지도자의 코멘트로 전해 듣는 기사로는 부족했습니다. 당사자인 선수 말이 아닌, 전달자인 감독의 해석이었기 때문입니다. 선수의 심리, 팀 문화의 역학 관계를 연구하는 저로서는 장막에 둘러싸인 듯 했습니다.
강 선수처럼 에고(ego)가 강한 팀의 핵심 선수가 캠프 때도 아닌, 시즌 도중에 포지션을 바꾼다?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 목소리는 없다? 저는 홍보팀 통해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앞서 여러 이슈에 따른 그의 심리적 방황기로 인해 미디어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웠고, 걱정이 됐습니다.
그러던 4월 초 어느 날, 포수로 첫 선발 출장(프로 데뷔 후 포수로서 여섯 번째 출장)을 마친 뒤 강 선수는 드디어 미디어를 직접 만납니다. 오랜만에 취재진에게 말문을 연 그의 워딩 중 “재미있고 신기하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가장 최근 인터뷰에선 “손에 꼽을 정도로 경기에 몰입했다"라는 말도 합니다.
재미와 몰입. 강렬한 키워드입니다. 포지션 변경에 대한 저의 의심은 줄고 조금은 안심이 됐습니다. 무모하거나 또는 획기적일 수 있는 그의 선택(또한 팀의 선택)이 어떤 과정을 밟는지는 강 선수의 또 다른 선택인 두 핵심 단어에 압축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구에 대한 새로운 흥미, 이를 통해 키워진 집중력, 그리고 책임감까지. ‘야구선수’ 강백호가 돌아왔습니다.
망설이게 된 나를 발견
“수비수로서 나는 항상 신념을 갖고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투헬 감독의 비판 뒤) 경기 중 망설이는 순간이 많아졌다. 확신을 갖고 플레이하지 못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선수의 최근 독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 일부입니다. 팬의 한 사람으로 저는 슬펐습니다. 위축되고 움츠러든 그의 플레이처럼 그의 생각까지 무력감에 빠진 것 아닌지 싶어서 입니다. 인터뷰에서 발견한 두 가지를 김 선수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하나는 부정적인 피드백에 프레임을 고정하는 이슈이고, 나머지는 솔직하게 인정한 용기입니다.
사람은 부정적인 면에 신경을 더 많이 쓰죠. ‘부정적인 편향’이란 인간 심리의 특징입니다. 김 선수는 현지에서 심한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해선 안된다"라는 식의 피드백이 나쁜 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해보자”라는 식의 개선과 발전으로 이어지게 하지 않습니다. 소극적이게 만듭니다. 망설이게 된 건 그런 프레임이 작동한 겁니다.
김 선수의 강점이 무엇인가요. 그걸 팀 전술, 동료와 호흡 속에서 효과적으로 발휘할 방법을 찾는 방향 설정이 긍정적인 해법입니다. 또한 김 선수는 부진했던 자신을 인정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핑계 대지 않았습니다. 이런 용기는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발판입니다.
빌려 입은 바지와 징크스
노시환(한화 이글스) 선수의 패션이 잠시 화제였습니다. 검은 스타킹을 무릎 높이까지 올린 반바지 스타일. 메이저리그(MLB) 따라 하기 아니냐는 말도 있었습니다. 정작 선수 본인은 “너무 부진해 선배(김태연 선수) 바지를 빌려 입었다”라고 털어 놓았습니다.
일시적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느낌이 들 순 있죠. 그러나 단순한 징크스입니다. 소모품 같은 것이죠. 지켜야 할 자신의 과정이 되긴 어렵습니다. 노 선수 스스로 바로 깨닫습니다. “그렇다고 안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바지가 무슨 죄냐’ 싶어 바로 내 바지로 입었다”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의 바지가 아닌 노 선수가 얻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요. 노 선수 스스로 묻고, 또한 답을 이해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심리적 공황을 맞기도 하고 비난의 파도를 헤치며 살아갑니다. 잠시 멈추거나 엉뚱한 길로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짜 나는 어디에 있나’를 찾다 보면 어느새 길이 보입니다. 세 선수의 다른 길에서 공통의 질문을 발견합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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