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팔메토, 전립선비대증 약이랑 같이 먹어도 될까요?

민권식 부산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2024. 5. 2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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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권식의 성의학 바이블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교수님, 아들이 좋다고 사주는데 이 약도 같이 먹어도 될까요?” 전립선 비대증으로 6개월 정도 약제를 복용해 많이 개선되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약병을 보여주며 물었다.

사실 요즘 TV를 포함하는 대중 매체에는 쏘팔메토(Saw Palmetto)를 주성분으로 하는 전립선, 배뇨, 남성 건강에 대한 건기식(건강기능식품) 광고가 넘쳐난다. 쏘팔메토 추출물은 항남성호르몬, 여성호르몬, 항염증 성분, 등으로 전립선 관련 증상에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여 개발되었다. 그렇지만 처방약도 불만족스러울 수 있는데 과연 건기식으로 개선이 될지 호기심이 인다.

쏘팔메토 추출물은 위약과 비교하면 야간뇨의 개선,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 개선, 등 일부 임상시험에서 개선되는 효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임상시험에서 위약과 차이가 없었다.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제들과 직접 비교했을 때도 효과가 없거나 많이 부족했다. 또 전립선 크기를 30% 이상 줄이는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전립선 크기를 줄이지 못했다. 그나마 이런 효과를 보인 것은 유럽에서 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으로 시행한 임상 결과다. 국내에는 이런 수준의 의약품은 한 가지뿐이고 나머지는 건기식 제품으로 유효 성분의 함량이 낮아 처방 없이 구입한 제품은 이론은 그럴 듯해도 실제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국내 비뇨의학과 전문의 중 0.8%만 쏘팔메토 성분의 의약품을 처방하는데 이때에도 반드시 알파차단제와 같은 전통적인 치료제를 함께 처방한다. 결국 쏘팔메토 추출물 단독 투여로는 일부 개선된다는 주관적인 느낌은 줄지 모르지만, 약보다는 그냥 경과 관찰, 혹은 습관 교정만 해도 되는 경증 환자가 아니라면 유의한 개선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방증한다. 처방 약제 수준으로 정말 효과가 있다면 모든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처방 않을 이유가 없다.

식약처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쏘팔메토 추출물 평가에서도 ‘7편의 체계적 문헌고찰 논문을 검토한 결과, 쏘팔메토 추출물은 전립선비대증 개선 효과를 뒷받침할만한 근거는 없다’고 결론에 기술하고 있다. 미국 NIH 산하 단체에서 2조 이상을 대체의학 효과 검증 연구에 지출하였는데, ‘어떠한 허브도 치료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의약품은 어느 회사에서 생산되더라도 인정받은 유효 성분 함유량과 동일한 임상적 효과를 보이도록 국가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건기식은 유효 성분이 일정하지 않다. 동일한 쏘팔메토라도 구입한 재료 원산지, 추출 방식(유럽의약품청은 검증된 헥산추출 방식만 권장), 등에 따라 유효 성분의 함유량이 회사 제품마다 달라서 임상적 효과가 일정하지 않다. 결국 회사마다 추출물의 양은 동일해도 그 속의 유효 성분의 양이 다르고, 또 그 유효 성분이 의약품만큼 효과적인 용량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검증 연구에서 부정적인 결론이 도출되는 이유이고, 의료인들이 건기식을 치료제로 인정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안전성은 어떨까? 쏘팔메토 부작용에 대한 40개 논문의 메타 분석을 보면, 거의 대부분 위약과 차이가 없고, 있더라도 경한 부작용으로 안정성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건기식의 장점이 효과가 없더라도 부작용이 적다는 것인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서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의 제약사 건기식은 충분히 정도관리가 되고 있는데 반해, 수입했거나 근거가 없는 제품은 다르다. 일본 고바야시 제약의 붉은 누룩 제품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은 건기식에 대해 매우 관리를 잘하고 있는데도, 매출 1 조원 이상의 의약외품 전문업체의 건기식을 먹고 200명 이상이 입원, 심지어 5명이 사망한 사건이 2024년에 벌어졌다. 붉은 누룩은 이미 수십 개 회사에서 제품화해 왔기 때문에 원료 자체의 문제는 아니고 제품 생산 중에 독성 물질이 혼입된 것으로 본다. 의약품과 같이 불순물의 혼입에 대해 꼼꼼한 관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도 늘 말했듯이 질문한 환자에게 대답했다. “라벨을 보니 의약품은 아니고 국내 건강식품이라 큰 부작용 없을 테니 드셔도 됩니다. 그래도, 누가 선물로 주면 드시고 어르신 돈으로 사드시지는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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