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1st] '염기훈 자진 사퇴' 수원, 역설적으로 드러난 '중장기 플랜 부재'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염기훈 수원삼성 감독 자진 사퇴는 수원의 중장기 플랜 부재로부터 비롯됐다.
염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지난 25일 서울이랜드와 경기에서 1-3으로 지며 리그 5연패를 당한 뒤 주차장 입구를 가로막은 팬들 앞에 서서 "경기 끝나고 단장님께 찾아가서 '제가 떠나는 게 맞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동안 정말 감사했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 수원에 있으면서 행복했다. 다시 또 인사드리겠다"며 수원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예견된 결말이었다. 염 감독은 2023년 수원 플레잉 코치로 있었을 뿐 지도자 경력이 일천했다. 염 감독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는 건 명백한 도박수였다. 수원 전설로서 구단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등 일부 장점이 있긴 했지만, 당장 승격을 목표로 하는 수원에 필요한 전부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염 감독 선임이 중장기 플랜에 기반한 선택도 아니었다. 염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다이렉트 승격'이었다. 한 시즌 만에 승격을 이뤄내겠다는 웅변 속에 몇 년 전부터 무너져왔다는 구단 재건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졌다. 신임 수뇌부에 책임을 돌리는 건 다소 가혹할 수 있는데, 염 감독조차 옛 수뇌부의 작품에 가깝기 때문이다.
염 감독 선임은 6개월도 안 돼 실패로 귀결됐다. 4월에는 4승 1무로 무패행진을 하며 한때 리그 1위에도 올랐으나 5월 내리 5연패를 당하며 성적이 수직 낙하했다. 15라운드 경기 결과에 따라 8위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 승격 플레이오프를 하기 위해서는 리그 5위 안에 들어야 한다.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승격이 어려운 건 사실이었다.
염 감독 사임으로 구단 목표도 틀어졌다. 수원 관계자에 따르면 염 감독과 함께 승격하는 건 구단이 이번 시즌 설정했던 유일한 계획이었다. 박경훈 단장은 염 감독 사퇴 발표 후 취재진을 만나 "후반기에 부족한 포지션을 잘 메꿔서 도약할 기회를 가지려 했다"고 말할 만큼 염 감독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이번 염 감독의 사퇴는 역설적으로 수원이 지금까지 중장기 플랜이 부재했음을 드러냈다. 설령 중장기 계획이 있었더라도 이를 당장 경기장에 구현해내는 데는 실패했다. 이와 별개로 염 감독이 명문 재건에 필요한 인물이었다면 구단 측에서 어떻게든 팬들과 감독을 설득시켰어야 했다.
이제 수원은 다시 출발선에 섰다. 수원 팬들과 관계자들은 당연히 다이렉트 승격을 원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구단을 재정비하고 중장기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사상누각같은 승격은 수원의 명가 재건 시기를 늦출 뿐이다.
우선은 구단이 추구하는 철학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박 단장은 이와 관련해 "제일 중요한 건 우리 선수들을 잘 구성해 세계 축구 트렌드에 적합한 축구를 구사하는 것, 구단 철학인 역동적인 플레이로 상대를 제압하고 경기장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공격적인 축구를 할 수 있는 감독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 말대로 구단 철학에 맞는 감독을 선임할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구단 철학과 중장기 계획에 맞는 감독을 선임했다면 그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전폭적인 지원은 이적시장과 훈련장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경기장 안팎에서 팬들과 구단 이해관계자들에게 선임한 감독이 구단을 발전시킬 인재임을 설득하고 입증해야 한다. 감독의 개인 역량만큼 구단 수뇌부가 감독에게 있는 힘껏 힘을 실어주는 게 중요하다.
박 단장은 염 감독 사퇴 후 인터뷰에서 "여기 와서 중장기 플랜이 잘 짜여있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구하는 구단 철학이나 스타일을 확고하게 갖고 가면서 선순환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좋은 팀으로 갈 수 있게 잘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염 감독과 함께 이뤄냈다면 분명 아름다운 기적이었을 테다. 그러나 염 감독은 이미 수원을 떠났고, 지금이 중장기 계획에 맞게 수원을 다시 만들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번 부산전과 6월 A매치 기간까지 약 3주 동안은 수원에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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