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必使反之 而後和之(필사반지 이후화지)
2024. 5. 27. 00:20
‘악동예이(樂同禮異)’라는 말이 있다. 음악은 ‘동(同, 함께)’ 즉 관계의 평등화와 일체화를 위한 것이고, 예의는 ‘이(異, 달리)’ 즉 관계의 차별화를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평소 스승님을 나와 차별 지어 높이 모시는 게 ‘예(禮)’의 정신이고, 함께 축구경기장에 갔을 때는 어깨동무하고 한 목소리로 응원가를 부르는 게 ‘악(樂)’의 공능인 것이다.
공자는 예도 중시했지만, 함께 누리는 음악도 무척 중시했다. 상대가 노래를 잘하면 반드시 반복하여 부르게 하고, 따라 배우면서 함께 불렀다. 맹자도 왕을 향해 “혼자 음악을 즐기는 것과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 중, 어느 게 더 즐거울까요(獨樂樂, 與人樂樂, 孰樂)”라고 말하며 음악을 백성과 함께 즐길 것을 권하였다. 그러면서 왕이 음악을 즐기는 것 자체를 백성이 원망하며 싫어하는 경우를 최악의 상황으로 보았다.
“보내고 한 세월을 방황할 동안, 창문엔 달빛조차 오지를 않네.…” 김지향 작사의 가곡 ‘기다림’의 일부분이다. 함께 할 사람이 없는데 달이 다 무슨 소용! “여보! 요새 핫한 신곡 뭐 있어? 당신이 먼저 불러봐, 내가 따라 부를 게.” 바라보는 두 눈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부부이다. 함께 노래 부르는 곳이 곧 천국인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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