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역사와 복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기본소득은 인공지능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제도”라고 하며 그동안 주장해 온 복지정책을 새삼 언급했다.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은 토머스 모어의 1516년 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등장했다. 재산과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일정량을 지급해 모두가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정부 복지정책이다. 이 대표가 최근에 주장한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도 여기에 기반을 둔 개념이다. 기본소득을 실제로 시행하기 어려운 이상향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견해가 많다. 현재 보편적 기본소득을 전반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십 년 동안 영국·캐나다·브라질, 그리고 유럽 일부 곳곳에서 시범 프로그램으로 부분적으로 시행됐다. 특히 코로나19 대응책으로 약 90개의 나라·지역에서 일시불로 지급한 비상자금의 긍정적인 효과에 힘을 얻어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욱더 커지고 있다. 2021년 뉴욕시장 후보였던 앤드루 양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자유 배당금(Freedom Dividend)’도 그 한 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국 시민 3분의 1이 직업을 잃을 것에 대비해 한 달에 1000달러씩 모든 시민에게 지급하자는 급진적 제안이다.
보편적 기본소득 개념은 보통 계몽주의 시대의 산물로 알려져 있지만 그와 비슷한 정책이 고대 로마시대 때 시행된 바 있다. 독재 정치의 아버지인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BC 46년 개선식에서 모든 로마시민에게 100은전(denarii)을 지급했고, 유서에 따라 또 75은전을 나눠줬다. 여러 복지 정치로 유명한 트라야누스 황제도 650은전을 신청하는 모든 시민에게 지급했다. 시대상의 변화는 정책의 변화를 초래한다. 문제는 그 부작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컨트롤하느냐는 데 있는 것 같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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