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3국 상징 '따오기' 언급...만찬장 앙코르곡은 신중현 '봄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중국 리창(李强) 총리가 26일 만찬을 함께했다. 세 나라의 정상급 인사가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자리에 모인 건 4년 5개월 만이다. 그간 한·일·중 정상회의 관례에 따라 한·일 양국에선 정상이, 중국에서는 서열 2위인 국무원 총리가 참석해왔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두 총리와 각각 양자 회담을 마친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환영 만찬을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4년 5개월 만에 개최되어 의미가 더욱 크다”며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정상이 매년 꾸준히 만나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3국의 공통점인 차(茶), 젓가락 문화와 함께 천연기념물인 따오기 새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한때 멸종되다시피 한 따오기 복원을 위해 3국이 힘을 합친 결과, 개체 수가 증가해 3국 모두에 서식하며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며 “내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국민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가 많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3국의 청년들은 한국의 K팝과 일본의 애니메이션, 중국의 판다를 좋아하며 이미 활발히 교류 중”이라며 “한·일·중 3국의 협력 성숙을 위해 미래세대인 청년들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따오기는 3국 협력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1980년대 이후 중국과 일본은 따오기 복원 및 번식 사업을 함께해왔다. 2013년 6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 전 대통령에게 따오기 2마리를 기증했고 한·중 양국은 따오기 보호·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외교부 산하 기관인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의 마스코트도 따오기다.
3국의 교류와 화합에 중점을 둔 만찬 행사에는 한·일·중 예술인들도 함께했다. 만찬장엔 3국 도예가 9명이 각 출신 지역의 문화와 재료 기법을 나누어 빚은 도예 작품들이 전시됐다. 한·일·중 어린이 21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봄날의 만남을 축하는 일본과 중국 대표의 민요를 부르는 것으로 만찬 행사가 시작됐다. 합창단은 2010년 제3차 한·일·중 정상회의 당시 진행된 타입캡슐 행사를 소재로 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14년 전 약속에 대한 화답으로 동요 ‘무지개 빛 하모니’를 노래했다.
만찬 메뉴로는 세 나라 공통의 식재료인 두부와 만두, 장류를 활용해 만든 대게 궁중어만두와 한우 양념갈비, 오색 골동반, 시금치 된장국 전통 한식이 함께 올랐다.
만찬 뒤 식후 공연으로는 한국의 가야금, 일본의 샤쿠하치, 중국의 얼후 등 3국의 전통악기 연주자가 모여 중국과 일본의 대표곡을 합주한 뒤 우정을 주제로 한 3국의 대중음악도 연주했다. 이후 공연을 이어간 3국의 현대음악 밴드들이 행사 마지막 앵콜곡으로 신중현의 봄비를 부르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랜 기간 상호 교류의 역사를 만들어 온 3국의 문화적 공통성과 각국의 개성을 조화롭게 선보이는 자리였다”며 “어린이 합창단은 3국 협력이 미래 세대에서도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만찬 장소로 청와대 영빈관이나 대통령실이 아닌 국립현대미술관을 택한 이유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환영 만찬을 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4년 5개월 만에 열리는 만찬 행사인 만큼 각별한 의미를 더하려 했다”고 전했다.
만찬 행사에는 3국 대표단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왕윤종 국가안보실 3차장, 이도운 홍보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열린 리창 총리와의 양자 회담 뒤 두보가 지은 ‘춘야희우’(春夜喜雨)를 언급하며 리창 총리를 배웅했다고 한다. 오후에 봄비가 내리자 ‘봄밤에 내리는 기쁜 비’라는 의미의 중국 시를 떠올린 것이다.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리창 총리와 회담 뒤 8개월 만에 재회한 데 대한 반가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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