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라인사태에 “현안 안되게 잘 관리” 기시다 “보안 문제”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앞으로 양국 간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게 잘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청사에서 열린 한·일 양자 정상 회담에서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며,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 회담에서 이 문제를 먼저 거론했다고 한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행정지도는 한국 기업을 포함해 외국 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촉진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에 불변이라는 원칙하에서 이해되고 있다”며 “이번 행정지도는 이미 발생한 중대한 보안 유출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 보라는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 정부 간에 초기 단계부터 이 문제를 잘 소통하면서 협력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소통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1월 사이버 공격을 받은 네이버 클라우드 서버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내부 시스템을 공유하던 라인야후에서 개인정보 수십만건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해 촉발됐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 뒤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섰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회담한 이후 약 6개월 만이고,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 이후 1년 만이다.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차 이날 방한한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은 약 50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두 사람의 견고한 신뢰를 기반으로 지난 한 해 각계 각급에서 교류가 크게 증진됐다”며 “한·일관계 개선 성과를 바탕으로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내년에 한일 관계를 한층 도약시키는 역사적 전기가 마련되도록 합심해서 준비하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관계 개선에 따른 정부 간 합의체 복원과,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국 인적 교류 동향 등을 언급하며 “한·일관계 개선 성과가 착실히 쌓이고 있는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1년 전 일본의 총리대신으로서 12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고, 이후 윤 대통령을 일본 히로시마로 모셨다. 이번에 신록의 서울을 다시 방문해 아주 기쁘다”며 “제가 세봤는데 오늘이 10번째 대면회담”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대면회담) 이외에도 대화, 통화 등 계속 긴밀히 소통하고 있어 대단히 기쁘다”며 “이러한 정상 간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셔틀 외교를 지속해 나가자”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이번 정상 회담을 계기로 ‘자원협력 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 핵심 광물 공급망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등 공급망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대화체다. 양국간 수소협력 대화도 새롭게 만든다. 오는 6월 출범하는 이 대화체를 통해 양국이 수소 공급망을 확대하고 정책 협력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중소기업·스타트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양국이 공동 출자한 글로벌 펀드가 지난 4월 결성돼 오는 8월까지 1억 달러를 목표로 조성 중”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또 양자, 우주, 바이오 등 첨단 기술 분야로 협력 외연을 넓히기로 했다. 박 수석은 "후지필름과 삼성 등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도 투자가 확대돼 첨단산업 협력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기시다 총리의 발언도 소개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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