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합치면 148년…"저승서 물질허멍 살켜" 제주해녀 첫 은퇴식
지난 25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포구. 제주해녀인 김유생(92)·강두교(91) 할머니가 테왁(물질 도구)을 붙잡고 바다로 헤엄쳐 나갔다.
이날 물질은 둘을 합쳐 148년 경력의 두 해녀가 은퇴식을 앞두고 하는 마지막 작업이었다. 뭍에 있던 은퇴식 참석자들은 두 사람이 소라와 전복 등을 잡아 올릴 때마다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해녀 은퇴식이 처음으로 열렸다. ㈔제주해녀문화예술연구협회와 귀덕2리 어촌계 등은 이날 ‘마지막 물질’로 명명된 해녀 9명의 은퇴식을 개최했다. 그동안 제주에서 해녀들의 공식 은퇴식이 열린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92세 김유생, “죽어서도 물질허멍 살켜”
김유생 할머니는 이날 물질 후 “나 죽걸랑 소랑 바당에 뿌려도라, 죽어서도 물질허멍 살켜 고라수다”라고 말했다. ‘죽은 뒤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주면 저승에서도 물질하며 살겠다’라는 의미다. 김 할머니는 한림읍 귀덕2리에서 태어나 15살 때부터 77년을 해녀로 살면서 5명의 자녀를 키웠다.
“해녀문화 계승·발전”…9명, 공로상
은퇴 해녀들은 한수풀해녀노래보존회의 ‘해녀 아리랑’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해녀 아리랑’은 서글퍼도 강직한 모습을 잃지 않는 제주해녀의 모습을 담은 노래다.
이날 행사에는 은퇴 해녀의 가족과 주민, 한수풀해녀학교 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후원기관인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제주신화월드 등은 스카프와 생필품 등을 전달하며 은퇴를 축하했다.
유네스코 이어 ‘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해녀는 1970년 1만4143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2938명으로 매년 급감하는 추세다. 이 중 60세 이상 해녀는 87.3%(2565명)에 달해 신규해녀 양성과 해녀 은퇴수당 지급의 필요성 등이 부각돼왔다.
한수풀해녀학교 교장인 김성근 귀덕2리 어촌계장은 “제주도의 보물인 해녀를 위해 사상 첫 은퇴식을 열게 돼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매해 은퇴식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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