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합치면 148년…"저승서 물질허멍 살켜" 제주해녀 첫 은퇴식

최경호, 최충일 2024. 5.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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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포구에서 92살 김유생(왼쪽) 해녀와 91살 강두교 해녀가 은퇴식에 앞서 마지막 물질을 하며 채취한 미역과 전복, 소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포구. 제주해녀인 김유생(92)·강두교(91) 할머니가 테왁(물질 도구)을 붙잡고 바다로 헤엄쳐 나갔다.

이날 물질은 둘을 합쳐 148년 경력의 두 해녀가 은퇴식을 앞두고 하는 마지막 작업이었다. 뭍에 있던 은퇴식 참석자들은 두 사람이 소라와 전복 등을 잡아 올릴 때마다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해녀 은퇴식이 처음으로 열렸다. ㈔제주해녀문화예술연구협회와 귀덕2리 어촌계 등은 이날 ‘마지막 물질’로 명명된 해녀 9명의 은퇴식을 개최했다. 그동안 제주에서 해녀들의 공식 은퇴식이 열린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92세 김유생, “죽어서도 물질허멍 살켜”


지난 25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포구에서 92살 김유생(왼쪽) 해녀와 91살 강두교 해녀가 은퇴식에 앞서 마지막 물질을 마치고 나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두 할머니와 함께 은퇴한 해녀는 김신생(83)·김조자(89)·박정자(86)·부창우(83)·이금순(89)·홍순화(79)·홍희성(86) 등 9명이다. 이들은 과거 물질을 할 때 입었던 전통 해녀 옷인 물적삼(상의)과 물소중이(하의)를 입고 행사에 참석했다.

김유생 할머니는 이날 물질 후 “나 죽걸랑 소랑 바당에 뿌려도라, 죽어서도 물질허멍 살켜 고라수다”라고 말했다. ‘죽은 뒤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주면 저승에서도 물질하며 살겠다’라는 의미다. 김 할머니는 한림읍 귀덕2리에서 태어나 15살 때부터 77년을 해녀로 살면서 5명의 자녀를 키웠다.


“해녀문화 계승·발전”…9명, 공로상


지난 25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에서 은퇴식에 참가하는 해녀들과 김성근 귀덕2리어촌계장, 정영애 해녀회장, 양영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두 해녀의 마지막 물질이 끝난 뒤에는 은퇴식이 진행됐다. 제주해녀문화예술연구협회와 귀덕2리 어촌계는 은퇴 해녀들에게 공로상을 전달하고, 귀덕2리 마을회와 해녀회는 축하금을 건넸다. 공로상장에는 ‘해녀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제주해녀 고유의 명맥을 유지함에 기여해주신 데 감사하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은퇴 해녀들은 한수풀해녀노래보존회의 ‘해녀 아리랑’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해녀 아리랑’은 서글퍼도 강직한 모습을 잃지 않는 제주해녀의 모습을 담은 노래다.

이날 행사에는 은퇴 해녀의 가족과 주민, 한수풀해녀학교 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후원기관인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제주신화월드 등은 스카프와 생필품 등을 전달하며 은퇴를 축하했다.


유네스코 이어 ‘세계중요농업유산’


지난 25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어촌계회관에서 열린 사상 첫 해녀 은퇴식에서 양영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이 92살 김유생 해녀를 비롯한 9명의 해녀에게 스카프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해녀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후 2017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또 제주해녀어업은 2015년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선정됐다.

제주해녀는 1970년 1만4143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2938명으로 매년 급감하는 추세다. 이 중 60세 이상 해녀는 87.3%(2565명)에 달해 신규해녀 양성과 해녀 은퇴수당 지급의 필요성 등이 부각돼왔다.

한수풀해녀학교 교장인 김성근 귀덕2리 어촌계장은 “제주도의 보물인 해녀를 위해 사상 첫 은퇴식을 열게 돼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매해 은퇴식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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