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J "라파 공격 멈춰라" 명령 무시한 이軍, 가자 중·북부도 공격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명령을 받고도, 이를 무시한 채 군사 작전을 지속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과 CNN 등은 라파의 쿠와이티 병원 인근 지역과 샤부라 난민캠프가 이스라엘군의 공격 목표가 됐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와파 통신은 이날 이스라엘군이 라파 북부 아디스 지역의 주택을 공습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6명이 숨졌고, 라파 중부 이브나 난민 캠프에서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상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도 공격했다. 자발리아 인근의 대피소에선 이스라엘의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0명이 숨졌다. 공격을 목격했다는 현지 주민은 CNN에 "아이들을 위해 빵을 만들던 한 남성이 자신의 딸·아들과 함께 숨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전날에도 라파와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 등을 공격했다.
이번 공격은 ICJ가 이스라엘에 라파 공격을 중단하라고 명령한지 불과 몇시간만에 재개됐다. 앞서 ICJ는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심리에서 이스라엘이 '집단학살 범죄 예방 및 처벌 협약(집단학살 협약)' 위반 혐의로 제소된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잠정 조처를 할 조건이 충족됐다며 라파 공격 즉각 중단을 명령했다.
또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이집트 국경의 라파 검문소를 개방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은 조건 없이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 1월 집단학살 협약 위반을 이유로 이스라엘을 ICJ에 제소한 뒤, ICJ가 세번째 내린 잠정 명령이다.
ICJ의 결정에 대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구속력이 있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유엔 헌장과 ICJ 규정에 따라 ICJ의 결정이 구속력이 있음을 상기하고자 한다"면서 "당사국들이 이 명령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우리는 국제법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일축하면서 ICJ의 명령 이행을 거부했다. 이스라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외무부는 24일 공동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라파 지역에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물리적인 파괴를 부를 수 있는, 생활 조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군사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하마스 "이스라엘 군인 포로로 잡아" 주장
이런 가운데 26일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은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에서 전투 과정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을 붙잡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사실이 아니라고 즉각 부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부 우베이다 알카삼 여단 대변인은 이날 알자지라 방송에 이스라엘 군인들을 포로로 잡았다고 주장했다. 우베이다 대변인은 "우리 전투 대원들이 시온주의 군대(이스라엘군)를 터널 안으로 유인했고, 매복 공격으로 일부는 사살했고, 일부는 포로로 잡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알카삼 여단 측이 이스라엘 군인 몇 명을 포로로 잡았는지 밝히지 않았고, 주장을 입증할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이스라엘군(IDF)은 성명을 통해 "우리 군인이 납치된 일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군인 생포 주장은 결렬됐던 휴전협상이 재개될 조짐인 가운데 나왔다고 전했다.
이날 로이터는 이스라엘 해외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이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를 만난 후 조만간 회담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재국인 이집트와 카타르가 주도하고 미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새로운 제안을 바탕으로 협상이 재개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현지 인터넷 매체 왈라 등은 오는 28일 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스라엘 언론의 보도를 부인하면서 로이터에 "확정된 날짜는 없다"고 못 박았다. 앞서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등이 중재한 휴전 협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성과 없이 끝났다.
한편 하마스는 26일 텔아비브를 비롯한 이스라엘 중부 지역을 겨냥해 10여발의 중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의 파상공세에 밀려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까지 쫓겨갔던 하마스가 중장거리 로켓을 동원해 반격에 나선 건 지난해 12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시온주의자의 민간인 대학살에 맞서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중부를 겨냥한 대규모 로켓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텔아비브 등에선 로켓 경보가 울리고 저고도 방공망인 아이언돔이 작동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로켓이 라파에서 발사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은 대피 과정에서 1명이 경상을 입은 것 이외에 별다른 인명 피해는 없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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