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대형사고"…세계 최장 '잠수교 미술관' 출렁이는 이유
한강 잠수교를 보행전용교로 탈바꿈하려는 서울시의 계획이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0일 시가 발표한 ‘문화의 다리, 잠수교 설계 공모’ 당선작의 주요 컨셉트인 공중보행데크가 실제로 설치되면 홍수 때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토목업계의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당선작은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이라는 컨셉트로 반포대교 아래와 잠수교 상부에 800m 길이의 핑크색 공중보행다리를 추가로 설치한 안이다. 네덜란드 건축회사 아치 미스트의 작품으로, 잠수교에서 각종 행사가 열릴 때 입체적인 관람을 할 수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900여 명의 토목구조기술사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가 당선작에 반대하고 나섰다. 홍수가 나면 보행교가 잠길 수 있어 설계기준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조경식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 회장은 26일“보행 데크가 계획홍수위(16.1m) 아래인 14.7m 부근에 설치돼 건설기술진흥법 행정규칙인 하천설계기준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블로 매단 보행교 잠기면 반포대교에 악영향
계획홍수위는 200년 만에 한 번 올 만한 홍수 때의 최고 물 높이를 뜻한다. 당선작은 1990년 잠수교에 물이 13.7m까지 찼던 최고홍수위보다 1m 높게 설치되도록 계획됐다. 조 회장은 “당선자 측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공중보행교를 3차원 모델링한 결과, 최고홍수위보다 1m 높게 설치해도 반포대교 아래 공간이 협소해 사람이 보행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실현 불가능한 안을 가능한 것처럼 허위로 제출한 당선자의 지위를 박탈하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기획안일 뿐, 안전에 문제없게 하겠다"
서울시는 당선작이 디자인 기획안일 뿐, 실제로 구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안전에 문제없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번 공모전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ㆍ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인 ‘선 디자인 후 사업계획’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 이런 공모전을 실시해서 창의적인 디자인과 콘텐트를 먼저 확정한 뒤 사업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취지다.
노들섬, 여의도 제2 세종문화회관 등도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러 우려를 충분히 반영해 예산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하겠다”며 “안전하면서 멋진 시설물을 만들기 위해 토목학회를 포함해 각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머리 맞대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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