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법’도 추진…법 개정 ‘기폭제’ 되는 연예인들 [D:이슈]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 사건을 계기로 음주 운전 사고 뒤 처벌을 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추가 음주를 하는 등의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이른바 ‘김호중법’ 추진에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음주 사고를 내고 도주한 뒤 고의로 추가 음주를 한 의혹을 받는다. 사고 후 17시간 만에 김호중의 음주 측정 결과는 음성(혈중알코올농도 0.03% 미만)이었다. 줄곧 음주 사실을 부인하다 지난 19일 돌연 인정했지만, 사실상 음주 운전으로 처벌을 받기는 쉽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 2017년 방송인 이창명 역시 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입증되지 않아 음주 운전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이에 대검찰청은 음주 운전자가 처벌을 면하기 위해 추가 음주를 하는 행위를 ‘사법 방해’로 규정하고 ‘음주 측정 거부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입법안을 지난 20일 법무부에 건의했다. 음주 측정 거부 시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김호중법’ 이전에도 연예인들 이름을 딴 법안이 추진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보통 법안 발의자나 사건의 가해자, 피해자 등 특정 인물의 이름을 붙인 법안, 일명 ‘네이밍법안’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네이밍법안은 복잡한 내용의 법안을 사람 이름 하나로 압축해 국회 통과율이 높고, 국민들의 관심과 이해도가 다른 법안 보다 높다는 장점이 있는데, 특히 그 특정인이 연예인의 이름일 경우 화제성면에서 더욱 용이하다.
실제로 연예인의 이름을 활용한 네이밍법안으로 사회적인 관심을 높여 법 제정 추진으로 이어진 사례도 여럿 있다. ‘최진실법’으로 불리는 친권자동부활 금지제가 대표적이다. 2008년 배우 최진실 씨가 사망한 후 친권이 이혼한 전 남편에게 넘어가자 그동안 남매를 키워온 외할머니에게도 친권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민법 개정안에 명시된 것으로, 부모가 이혼한 후 친권자였던 한 쪽 부모가 사망하면 다른 한 쪽에게 자동으로 친권이 생기는 친권자동부활제가 폐지되고, 친권을 가진 부모의 사망 후 가정법원의 심사를 통해 미성년 자녀에 대한 친권자를 결정한다는 제도다. 2013년 7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그룹 카라의 멤버 고(故) 구하라 사건을 계기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는 자녀의 재산을 상속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도 최근 국회의 첫 관문을 넘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는 지난 5월 7일 이런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상속권을 제한하는 방식을 두고 의견이 대립하면서 논의가 지체되다가 21대 국회 종료(5월 29일)를 앞두고 여야가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할지 주목된다.
이밖에도 템퍼링(제3지가 연예인을 데려가기 위해 기존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만료 전 불법적으로 접촉하는 행위)으로부터 중소기획사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피프티피프티법’이 발의되기도 했고,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인권보호 등에 문제를 짚은 ‘이선균법’에 대한 법령 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기도했다. 이밖에도 과거 ‘유승준 방지법’ ‘김부선법’ ‘신해철법’ 등 여러 연예인의 이름이 법안에 등장하면서 대중의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유명인을 활용한 네이밍 법안에 대한 우려도 내비친다. 한 대중문화 관계자는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취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해당 인물에 대한 화제성에 기대 여론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맹점”이라며 “당장의 주목도가 높아 기폭제 역할을 할 순 있지만 정작 그들이 법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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