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당 합병’ 2심 시작…1심 완패한 검찰 쟁점 세 가지는
이재용(56)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사건 항소심이 오는 27일부터 서울고등법원에서 시작된다.
앞서 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25-2형사부(부장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등 14명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월 자본시장법 위반·업무상 배임·외부감사법 위반 등 19개 혐의 재판에서다. 당초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① “합리적 사업상 목적…불법 승계 아냐”란 1심
이 회장 2심 재판의 쟁점은 크게 보면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1심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존재한다”면서다.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이 “이 회장과 미전실의 전단적(專斷的·독단적) 결정”으로 추진된 “약탈적 불법 합병”이었다는 검찰의 기소 전제부터 잘못 됐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합병 과정에서 “(검찰 주장대로)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의 이익이 도외시된 바도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핵심 증거로 낸 미전실의 승계 계획안 ‘프로젝트-G(Governance·지배구조)’ 문건과 합병 계획안 ‘M사 합병 추진(안)’ 역시 “승계라는 유일한 목적만으로 작성됐다고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2012년 작성된 G문건은 이건희 사망 시 막대한 상속세 납부 등에 따른 다양한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2015년 작성된 M문건은 양사의 합병 필요성과 합병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지난 2월 8일 “1심 판결과 견해 차가 크다”며 “앞서 승계 작업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점이 다수”라고 항소했다. 대법원이 2019년 8월 이 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이 회장이) 삼성전자·삼성생명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고 인정했다는 근거에서다. 다만 이번 이 회장 1심 재판부는 그 과정에서 허위 정보 유포·시세조종·분식회계 등 삼성그룹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② 공장 바닥 뜯었지만…“못 쓰는 증거”
검찰이 2019년 5월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공장 바닥을 뜯어 가져온 삼바 백업 서버 18테라바이트(TB)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서버 등은 1심에서 모조리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된 혐의만을 선별해 압수수색하지 않고 통째로 서버를 가져간 것은 절차상 위법하다는 삼성 측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장충기 미전실 차장의 휴대전화에서 추출된 문자 메시지 등도 포함해 검찰이 제출한 자료 3704개가 압수수색 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증거능력을 잃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와 무관한 증거라고 여기는 재판부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지만, 해당 증거들이 없어도 혐의는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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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논란의 ‘배임’ 혐의 2심 그대로 유지
2020년 기소 당시부터 ‘법리상 유죄가 어렵다’는 논란을 불렀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은 “2심에서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배임은 경영진이 ‘회사’에 손해를 입혔을 경우에 성립한다. ‘주주’에 손해를 입힌 경우는 배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2000년대 초반부터 여러 차례 있다.
1심 재판부 역시 “주주에 대한 임무를 지적한 검찰 주장은 그 자체로 타당하지 않다”며 “검사가 주장하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해도 추상적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판결에는 “오히려 합병을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안정화는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에게도 이익”이라는 설명이 포함됐다.
검찰은 기존 법리를 바꿔보겠다는 입장이다. 2심을 앞둔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그간 판례는 대부분 합병 상황이 아니었다”며 “합병이라는 특수한 경우만큼은 선관(선량한 관리자)주의 의무에 의해 경영진에게 주주의 손해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향후 산업계가 주목할 만한 법리 변경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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