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침몰한 보트…구명조끼도 없던 관광객들 구한 韓 해경
지난 6일 오전 9시쯤(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담넌사두억 수상 시장. 시장을 둘러보기 위해 일행, 다른 관광객 등 5명과 10인용 보트에 탄 A씨(20대)는 배가 침몰하는 경험을 했다. 운하 끝자락으로 향하던 중 보트를 몰던 현지인이 왼쪽으로 강하게 노를 저은 것이 발단이었다. 순간 보트가 크게 휘청이면서 오른쪽에 있던 건물과 충돌했다.
A씨는 곧 발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충돌과 함께 보트 일부가 건물 벽면 위로 올라가면서 침몰하고 있었다. 현지인 운전사는 당황한 듯 보트만 살펴봤고, 잠깐 사이에 물은 다리를 지나 허리 근처까지 차올랐다.
그때 한 남성이 “당장 내리세요”라고 외치며 물로 뛰어들었다. 제주 서귀포해양경찰서 5002함 소속 김민성(28) 경장이었다. 김 경장은 이어 배에서 탈출한 관광객들을 모두 육지로 구조했다. 이후에도 탑승자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등 구호 조치를 했다.
A씨는 “수상 시장이 있는 강의 수심이 3m로 깊은 데다 당시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아서 무척 당황했다”며 “일행 중에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있고, 보트를 몰던 현지인도 ‘내리라’는 말이 없어서 배 밖으로 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김 경장이 ‘탈출하라’고 외치고 구조해줬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목숨을 구해준 김 경장님께 감사드린다”며 지난 13일 해양경찰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침몰하는 보트에서 관광객 구한 해경 대원
태국을 여행하던 해경 대원이 침몰하는 배에서 관광객 등을 구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 경장은 휴가를 받아 지난 4~9일 태국을 여행하다 보트에 탑승했다. 배를 몬 현지인은 무게 중심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계속 탑승객들에게 자리를 옮겨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김 경장은 “보트에 탑승할 때부터 운전자가 어설프다는 것을 느꼈다”며 “충돌로 바닥 일부가 건물 벽을 타고 올라간 상황인데도 무리하게 후진하면서 배가 뒤로 기울어져 물에 잠겼다. 배가 곧 침몰할 것이라고 판단해 승객들에게 ‘모두 내리라’고 했는데 다들 당황했는지 움직이지 않아서 내가 먼저 강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육지를 오가는 과정에서 팔꿈치에 가벼운 상처를 입기도 했다.
김 경장은 2020년 임관한 5년 차 해양경찰관이다.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서귀포해양경찰서장 상을 받았다. 김 경장은 “직업상 인명구조 활동을 자주 하기도 했고, 계속 훈련을 했기 때문에 배가 곧 침몰할 것이라고 판단해 바로 행동에 나섰다”며 “나의 부상보단 다른 관광객들의 안전이 더 중요했다. 다들 부상 없이 무사히 구조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장태완 "대가리 뭉개버린다"…전두환 칠 기회 3번 있었다 | 중앙일보
- "강형욱 CCTV 인격말살" 열 받은 변호사, 전 직원 무료 변론 선언 | 중앙일보
- 반토막 났는데 “또 추락한다”…에코프로 3형제는 이때 사라 | 중앙일보
- 강형욱 "아내는 통일교 2세…스무살에 탈퇴 후 부친도 안 본다" | 중앙일보
- '파묘' 정윤하, 암 투병 고백 "수술 후 1년 남짓 지나 재발 판정" | 중앙일보
- "아빠, 애들이 나더러 개근 거지래"…조롱거리 된 개근상 | 중앙일보
- 설채현 "의리 빼면 시체" 강형욱 불똥 해명하더니 사과문, 왜 | 중앙일보
- '총리 교체' 국정 쇄신 상징인데…사표낸 한 총리 유임설, 왜 | 중앙일보
- 일본인들은 "쓸모 없다"며 버렸다…세계 유일 '기장 짚불 꼼장어' 탄생기 | 중앙일보
- '두개의 전쟁'서 실리 챙긴 인도, 그 뒤엔 '모디의 보검' 있다 [후후월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