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세 살핀 수양대군 역사의 승자로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음력 4월 10일은 우리의 성군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날입니다. 올해는 5월 17일이네요. 예전 TV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대왕이 욕하는 장면이 나와 ‘신선하다’와 ‘너무한 거 아니냐’는 평가가 엇갈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세종이 욕을 잘하셨다는 건 조선왕조실록에 엄연히 남아 있는 기록입니다.
오늘은 그중 대표 사례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세종 재위 31년이던 1449년, 명나라로부터 급한 전갈이 옵니다. 황제 정통제가 몽골 오이라트족과의 전투에서 패배해 포로가 됐으니 조선군 10만명과 말 3만필을 서둘러 보내달라는 겁니다. 조선 조정은 세계 최강이라 믿던 명나라 황제가 포로가 됐다는 소식에 크게 당황합니다.
왜 당황했냐고요? 명나라의 군사력은 그야말로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명나라 군사력을 알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베트남과의 전쟁인데요. 베트남은 200여년 전 세 차례 몽골 군대를 물리친 자신감으로 황제국이라 칭하며 조공 요구를 거부하지만 1407년 명나라 20만 대군에 수도가 함락돼 베트남 황제와 태자가 참수당하며 다이응우 왕조가 비극적으로 멸망하고 말았으니까요.
이처럼 막강한 군사력을 가졌던 명나라였지만 42년 뒤에 변경을 약탈하던 몽골 오이라트 부족 2만 기병을 토벌하겠다며 실전 경험이라고는 없던 22세 정통제가 자신만만하게 직접 50만 대군을 지휘하다 참패해 포로가 되니 중국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토목의 변’이 터진 겁니다.
이에 기세가 오른 오이라트 부족은 북방 영토를 내어주면 황제를 돌려주겠다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정통제의 동생은 이를 거절한 뒤 어린 조카 대신 경태제로 즉위하고 베이징 방어에 성공합니다.
이 비상사태로 명 사신이 온다고 하자 조선 조정은 누가 맞이할 것인지 논란이 벌어집니다. 왕이 직접 응대하는 게 맞지만 말년의 세종은 당뇨와 시력 약화로 병상에 있었고 7년째 대리 청정하던 세자(문종)마저 종기로 앓아누워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카 밀어내고 황제 오른 명 경태제…수양대군 승인
원칙만 놓고 보면 세손(단종)이 맞아야 하지만 겨우 9살인지라 명 사신의 무리한 요구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고 판단한 세종은 총명한 둘째 아들 수양대군에게 협상을 맡깁니다.
그러나 융통성 없는 신하들이 ‘세손이 맞아야 격이 맞다’고 거듭 주장하자 열 받은 세종이 심한 욕을 퍼부었나 봅니다. 그날 사관이 ‘차마 적지 못할 말을 하셨다’고 기록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실은 세종이 찰진 우리말 욕을 제대로 표기하고자 훈민정음을 만드신 게 아니냐는 농담 섞인 말도 있는 것이지요.
다행히 수양대군이 잘 응대해 파병 대신 말 1만필만 보내기로 마무리 짓습니다. 이때 명 사신의 호감을 산 수양대군은 그 후 사은사로 명나라로 건너가 명 황제에게 눈도장을 받은 뒤 기어코 조카를 몰아내고 책봉을 요청합니다. 이에 본인 역시 조카를 밀어내고 황제에 오른 경태제가 즉각 승인하니 결국 수양대군은 명 황실 사정까지 잘 간파해 왕위를 찬탈했던 겁니다. 안타까운 역사지만 최종 승리자는 세조였던 셈입니다.
역사를 보면 세상 정세를 잘 아는 이가 결국 승리한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요즘 국제 정세도 정말 어지러운데요. 우리나라 경제인들이 이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를 잘 판단해 냉정한 경쟁에서 승리하길 기원합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0호 (2024.05.22~2024.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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