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에 이어 사비까지? 레전드 대우 이렇게 할 거야?"…세비야 감독, 바르셀로나가 행보에 '격분'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세비야를 이끄는 키케 플로레스 감독이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을 경질한 바르셀로나를 비난했다.
글로벌 매체 'ESPN'은 25일(한국시간) "세비야의 키케 산체스 플로레스 감독은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이 시즌 종료 후 경질될 거라는 소식을 듣고 바르셀로나가 클럽의 위대한 선수들을 대우하는 방식을 비판했다"라고 보도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24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비는 바르셀로나 1군 감독을 계속 이어가지 않는다"라며 "시우타트 에스포르티바 호안 감페르에서 열린 회의에서 호안 라포르타 회장은 사비에게 2024-25시즌을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다"라고 사비 경질 소식을 발표했다.
구단에 따르면 회의에는 라포르타 회장을 포함해 라파 유스테 부회장, 데쿠 단장, 사비 감독 등 총 7명이 참석했다. 회의 결과 바르셀로나는 지금까지 사비가 선수, 감독으로서 구단에 보여준 헌신에 감사 인사를 표하면서도 다음 시즌 감독직을 맡기지 않기로 결론지었다.
이로써 사비는 오는 27일 오전 4시 스페인 세비야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에서 열리는 세비야와의 2023-24시즌 라리가 최종전을 끝으로 감독직을 내려놓게 됐다.
사비 감독을 결정하기로 결정한 이후 바르셀로나는 팬들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당초 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던 사비 감독을 설득해 잔류시키더니 한 달도 안 돼 경질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사비 감독은 지난 1월 비야레알과의 2023-24시즌 스페인 라리가 22라운드에서 3-5 역전패한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즌이 끝나면 바르셀로나를 떠날 것이다. 난 6월 30일이 되면 클럽을 떠난다. 후안 라포르타 회장, 그리고 스태프들과 논의 끝에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팀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바르셀로나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 결정이 전반적인 상황을 완화시킬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책임감을 느낀다. 며칠 전에 떠나기로 결정했고, 이제 이 사실을 발표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사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 놓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성적 부진이다. 지난 시즌 라리가 챔피언으로 등극한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와 지로나에 밀려 3위에 위치했고, 연초에 치른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스페인 슈퍼컵)에서 레알에 1-4로 완패해 사비 감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
바르셀로나 수뇌부도 사비 감독의 사임 의사를 받아 들였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생각을 바꿨다. 그들은 사비 감독에게 좀 더 바르셀로나를 이끌어 줄 것을 설득했다.
구단의 지속된 설득에 사비 감독은 사임 결정을 번복하고 계속 바르셀로나를 지휘하기로 결정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달 25일 사비 감독의 유임을 발표했다. 당시 바르셀로나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사비 감독의 유임을 지지했다.
그러나 유임 결정을 발표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바르셀로나는 사비 감독을 경질했다. 경질 사유는 사비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구단에 대해 좋지 않은 발언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RAC1에 따르면 사비는 지난 15일 알메리아 원정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음 시즌 라리가에서는 레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유럽 빅클럽들과 경쟁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고, 이는 라포르타 회장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매체는 "사비의 발언은 유임 결정 당시 라포르타 회장에게 말했던 승리주의적 이야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구단이 중요한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사비는 이에 대한 이득이 없었다고 말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사비는 다시 사퇴 의사를 번복하고 바르셀로나를 이끌기로 결정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경질되고 말았다.
바르셀로나의 결정은 거센 후폭풍을 불러 일으켰다. 구단 역대 최고의 레전드 중 한 명인 사비를 붙잡아 놓고 인터뷰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질한 바르셀로나의 행보는 팬들뿐만 아니라 상대팀 감독도 분노하게 만들었다.
매체에 따르면 바르셀로나와의 라리가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24일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키케 플로레스 세비야 감독은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되지만 어떻게 바르셀로나는 전설적인 선수들을 나쁘게 대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 최악의 연속이다. 로날드 쿠만, 리오넬 메시에 지금 사비까지 너무 나쁘다"라며 "클럽들이 팀 내 레전드들을 잘 대해줬으면 한다. 이는 구단과 팬들 사이를 연결시켜 주기에 레전드를 잘 대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비는 클럽의 전설이다. 그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우승했지만 축구는 기억력이 짧다"라며 "올해 그는 처음부터 의문을 받았다. 이에 대한 비판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라며 지난 시즌 라리가 우승을 이끈 사비 감독이 이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사비는 선수로서 많은 경험을 했고, 코치로서도 좋은 일을 해냈다"라며 "내가 그 사람을 크게 안아줄 테니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태생인 사비는 바르셀로나 유스에서 성장해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약 16년 동안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구단 최고의 레전드다. 또 다른 레전드 리오넬 메시가 경신하기 전까지 구단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선수 시절 자로 잰 듯한 패스 능력과 세계 최고 수준의 탈압박 능력으로 '티키타카'로 불리는 바르셀로나 전술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2015년 카타르 알사드로 이적한 후 2019년 알사드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사비는 지난 2021년 위기에 빠졌던 바르셀로나 사령탑으로 선임돼 6년 만에 복귀했다.
당시 구단 레전드 수비수 출신이었던 로날드 쿠만 감독 체제에서 성적 부진을 겪었던 바르셀로나는 사비가 부임한 후 정상 궤도에 올랐고, 지난 시즌에는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을 제치고 라리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라리가 우승에 성공한지 1년 만에 사비 감독은 경질됐다. 이 과정에서 바르셀로나가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이면서 플로레스 감독마저 분노를 표했다. 플로레스 감독은 과거 바르셀로나가 구단 역대 최고의 선수인 리오넬 메시를 지키지 못한 점을 거론하면서 레전드에 대한 대우가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바르셀로나는 빠르게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적시장 전문 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한지 플리크가 새 바르셀로나 감독이 된다"라며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Here We Go'를 띄웠다.
계약 기간은 2026년까지며 플리크 감독은 두 명의 독일 코치를 대동하고 바르셀로나로 건너갈 예정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경질된 사비 감독의 차기 행보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후 새 사령탑을 찾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사비 감독에게 관심을 보였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스페인 언론 문도 데포르티보는 24일 "지난 1월 사비가 바르셀로나 감독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한 후, 그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 자리를 제안받았다. 당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경질된 직후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비는 한국이 관심을 보인 것에 감사함을 표했지만, 당시 그가 오는 6월 30일을 끝으로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것이 확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안을 거절했다"라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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