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준·민희진·햄버거…요즘 NFT 썰 썰 썰 [스페셜리포트]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민지 씨는 지난 2월 난생처음 NFT를 구입했다. 그간 NFT는 물론 디지털자산(코인) 투자에도 전혀 관심이 없던 그가 뜬금 NFT를 사게 된 배경은 바로 ‘콘서트 예매’다. 최근 열린 가수 장범준 콘서트 티켓 판매를 종이나 온라인 쿠폰이 아닌 NFT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NFT 기술로 거래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 암표 거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김 씨는 “NFT의 N자도 몰랐지만 앱만 있으면 쉽게 받을 수 있는 방식이라 거래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암표 거래가 안 되고 프로그램 매입이 원천 봉쇄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추첨제기는 했지만 큰돈 쓸 수 없는 팬 입장에서 그나마 공평하다고 느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NFT 기술이 점점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티켓이나 음원 같은 문화 산업을 비롯해 장난감·운동화 같은 일반 소비재로까지 그 적용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2020년 무렵 NFT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신개념 기술’로 각광받으며 전 세계 투자자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단순 투자자산, 그 이상의 활용도를 찾기 힘들었다. 대단한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디지털 예술품을 구입한 후 더 비싸게 사줄 이를 기다리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NFT 거래를 위해 별도 코인 지갑을 만들어야 하는 등 기술 장벽도 높았다.
최근에는 달라졌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활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한층 친숙해졌다. 한창 NFT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2021년 무렵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줄기는 했지만, 접근성 측면에서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와 달라진 ‘요즘 NFT 트렌드’를 조명해본다.
NFT 기술로 암표 거래 봉쇄
최근 NFT 기술 적용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단연 공연·행사업계다. 고질병인 ‘암표’ 문제를 해결할 구원 투수로 NFT 기술이 주목받으면서다.
올해 국내 NFT업계 가장 큰 관심사는 ‘장범준 콘서트’였다. 가수 장범준은 지난 2월 현대카드·모던라이언과 함께 ‘소리 없는 비가 내린다’ 공연 티켓 2400매 전량을 NFT로 발행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유가 있었다. 장범준은 올해 초 공연을 앞두고 있었지만 당시 암표 가격이 정가 대비 3배 이상 치솟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예매를 모두 취소한 바 있다.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 NFT 티켓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위변조가 불가능한 특정 디지털자산 소유권을 저장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온라인 등기부등본이다.
NFT 티켓은 암표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애초에 양도가 불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원래 NFT는 다른 소유권 증명서처럼 타인에게 보낼 수 있다. 하지만 NFT는 발행자가 이런 양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앱에 다운받은 NFT 티켓을 현장에서 보여주고 본인 인증 후 표시되는 QR코드를 통해 입장하면 된다.
입장권 부정 판매에 자주 이용되는 ‘매크로(반복 작업 자동화)’ 프로그램도 사용할 수 없다. 한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NFT 기술에서 암표 방지 그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티켓 구매나 입장 시간 등 다양한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남기거나 NFT 보유자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등 향후 팬덤 관리에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범준 콘서트 외에 다른 사례에서도 NFT 티켓 장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반 티켓과 달리 소장 가치를 더해준다는 점이다. 올해 4월 NFT 티켓 판매로 화제를 모았던 ‘지구방위대 후뢰시맨’ 주연 배우 7인 팬미팅이 좋은 예다.
컴투스플랫폼은 NFT 마켓플레이스(거래소) 엑스플래닛(X-PLANET)에서 후뢰시맨 국내 35주년 기념 주연 배우 팬미팅 입장 티켓을 독점 판매했다. VIP 티켓은 하루도 되지 않아 매진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디지털상에 구현된 NFT 티켓은 그 자체로 후뢰시맨 캐릭터 모습을 담고 있어 소장 가치를 더했다. 현장에서 NFC 기능이 내장된 실물 카드로도 교환 가능하다.
위믹스는 KLPGA 이벤트 대회 ‘위믹스 챔피언십 2023’ 티켓을 NFT로 판매했다. 티켓 NFT는 기념품, 음식 교환권, VIP 전용시설 이용 등 등급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설계, 소장 욕구를 높였다. 이 밖에도 올해 다양한 행사가 NFT 티켓 판매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FT 티켓 시장 관심이 커지면서 선점하려는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 앞서 장범준 콘서트 티켓 NFT 기술을 지원한 ‘모던라이언’이 대표 주자다. 현대카드가 IT 교육 기업 멋쟁이사자처럼과 2022년 조인트벤처 형태로 설립한 NFT 기업이다. 자체 NFT 마켓플레이스(거래소) ‘콘크릿(KONKRIT)’을 운영 중이다. 장범준 콘서트 티켓 판매도 해당 앱에서 진행됐다. 현대카드가 주최하는 다른 전시회 NFT 티켓 기술도 지원 중이다.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엑스’도 지난해 5월 자사 디지털자산 지갑 ‘클립’에 NFT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NFT 티켓 등 실생활과 연관된 NFT 발행을 이어오고 있다. SK스퀘어 자회사 SK플래닛 역시 지난해 9월 암표 방지 등을 위한 블록체인 티켓 토털 솔루션 서비스를 내놨다.
다만 NFT 기술이 암표를 방지할 수 있는 완벽한 해법은 아니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암표 판매자가 여러 계정을 만든 뒤 표를 구매, 계정 자체를 판매하면 우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 약자가 소외될 수 있다는 사회적 비판도 나온다. NFT 티켓은 일반 티켓과 비교해 구매 과정이 다소 복잡하다. 별도 앱을 다운받고 결제 후에도 디지털 신분증 인증 등을 거쳐야 할 때가 많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9호 (2024.05.15~2024.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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