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된 옷 찢고 붙이니 '작품' 됐다…업사이클 패션 인기, 왜
하마터면 소각될 뻔 한 ‘재고 의류’들이 잡지를 찢고 나온 듯한 ‘룩북’으로 재탄생했다. 이달 23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스타필드 수원 1층에서 열리는 LF 헤지스의 ‘업사이클링 컬렉션’ 전시 이야기다. 최소 2년, 최대 5년 동안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여 있던 옷들이 전시 재료가 됐다. LF 헤지스는 패션 브랜드 티비오에스(T.B.O.S)와 협업해 윤경덕 작가의 시각으로 해체 후 재구성한 패션 아이템 20피스를 구성했다.
윤 작가는 빈티지 마켓 등에서 오래된 헤지스 제품을 공수해 이리저리 찢고 다시 이어, 원 제품의 형태를 상상하기 힘들 만큼 완전히 다른 옷을 만들었다. 청바지 세 벌을 조각 내고 이어 붙여 원피스 한 벌로 새로 만들거나, 각기 다른 체크무늬 셔츠를 이어 붙여 세상에 단 한 벌 뿐인 바지를 만드는 식이다.
'작품' 된 재고…'가치소비'덕에 재탄생
단순한 재활용(recycling)이 아닌 새로운 디자인과 가치를 더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인 만큼 새로 만든 옷 한 벌 한 벌은 ‘작품’ 대접을 받는다. 액자에 담긴 그림처럼 옷을 압축 포장해 걸어 전시하고, 구매를 원하는 고객은 작가와 따로 소통해 전시가 끝난 뒤 구매하는 식이다. 구매 전에 먼저 입어볼 수도 없다. LF 관계자는 “세상에 단 한 벌 뿐이라는 점에 끌려 소장하고 싶어하는 고객들,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해 고민을 하는 소비자들이 전시에 관심을 보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제품을 소비하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널리 퍼지면서 업사이클링 패션 제품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코오롱인더스트리FnC가 2012년 내놓은 브랜드 ‘래코드(RE;CODE)’다. 래코드는 코오롱 산하 브랜드 20여 개에서 나오는 3년 차 재고품을 소재로 새 옷을 만든다. 재고 수량이 한정적이다 보니 한 아이템당 제작하는 새 옷은 10벌 남짓, 많아야 20벌에 그친다. 래코드 관계자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특성상 목표가 매출 자체는 아닌데다, ‘재고의 재고’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대량 생산도 안 한다”면서 “그럼에도 꾸준히 찾는 고객들이 있어 지난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라고 말했다.
높아진 몸값 ‘한정판’으로 인기
‘재활용품’이라고 해서 저렴하지는 않다. 기성복을 뜯어 새로 디자인하다 보니 기존 제품보다 사람 손이 더 많이 가기 때문이다. 특정한 옷에서 필요한 부분을 분해해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하는 것부터 이를 실제 제작하는 일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래코드에서는 4명의 디자이너가 봉제 장인과 1대1로 소통하며 옷을 제작한다. 공정별로 분업하는 기존 의류 공장과 달리 봉제 장인 한 사람이 옷 한 벌을 오롯이 만드는 시스템이다. LF 헤지스의 업사이클링 컬렉션은 1벌 당 30만~60만원 선, 래코드는 50만원~80만원 선이다. 100만원 이상인 옷들도 있다.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생산량도 많지 않다. 지난 12년간 래코드가 되살린 재고 의류는 3만1531벌, 연간 3000벌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재고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엔 부족한 수량이다. 업사이클링이 아니더라도 재고 폐기율을 줄이고 개발도상국 등으로 수출해 활용하기는 어려운 걸까. 패션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재고를 해외로 기부하거나 수출한 적도 있었지만, 그 물건을 싸게 매입해 국내에 들여와 되파는 등 악용되는 사례가 있어 수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패션업계는 수출이나 ‘재고 떨이’ 보다 업사이클링이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인다고 판단한다. 래코드 관계자는 “재고 의류를 재해석해 판매하면 희소하고 가치있는 옷에 가격을 더 지불하려 하는 소비자 니즈와 기업의 재고 부담 해소가 딱 맞아 떨어진다”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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