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 120만' 극우정당 28세 당대표…EU 결정적 순간 만드나 [세계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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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 집회에 28세의 RN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를 보려는 군중 2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상당수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었다. 5년 전 유럽의회 의원에 당선된 바르델라는 ‘이민 반대’ 등을 내세우면서도 젊음과 친근함을 무기로 120만 명의 틱톡 팔로워를 보유중이다. 다음 달 6~9일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바르델라의 RN 지지율은 31.5%,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성향 르네상스당 지지율은 17%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Vox)가 마드리드에서 연 행사엔 프랑스 RN의 마린 르펜 전 대표가 등장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은 “유럽의회에서 Vox의 지지가 EU의 방향 전환을 시작할 수 있다”(르펜), “애국자들이 브뤼셀(유럽의회가 있는 곳)을 점령해야 할 때”(오르반 총리), “우리는 결정적인 선거를 앞두고 있다”(멜로니 총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극우세력들이 선거 직전 한층 끈끈해진 연합을 과시한 것이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또 약진할 거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선거 결과가 가져올 파장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존 중도 정당들이 여전히 과반을 유지해 유럽의회가 크게 변하지 않을 거란 시각도 있으나, 일각에선 이번 선거가 ‘유럽연합(EU)의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극우정당들이 기존 EU의 녹색·무역·이민 정책을 바꾸고 EU와 중국·러시아간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제3세력, 중도서 극우로?
24일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유럽의회의 제3연합세력이 기존 중도 성향 ‘리뉴유럽’(RE)에서 극우 계열 ‘정체성과 민주주의’(ID)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RE엔 마크롱의 르네상스당이 속해 있고, ID엔 프랑스의 RN 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극우 레가(Lega·동맹) 등이 소속돼 있다.
그간 유럽의회에선 의석 수가 가장 많은 제1그룹 ‘유럽국민당’(EPP), 제2그룹인 ‘사회민주진보동맹’(S&D), 제3그룹인 RE가 협력해 법안을 통과시켜왔다. 각국 정당들이 모인 이들 그룹은 교섭단체로 사실상 제1당, 2당 역할을 했다. EPP는 중도 우파, S&D는 중도 좌파 성향이다.
그러나 가디언은 이번 선거에서 ID가 59→85석으로 늘어 제3그룹으로 도약할 거라고 전망했다. 반면 RE는 102→80석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는 ID와 유사한 극우계열인 ‘유럽 보수와 개혁’(ECR)도 의석수를 30~50석 늘려 극우그룹의 전체 의석 비중이 현재 18%에서 22~25%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ECR엔 폴란드의 ‘법과 정의’(PiS), 멜로니 총리의 ‘이탈리아 형제들’, 스페인 Vox 등이 속해 있다.
극우의 약진에도 EPP와 S&D는 기존 제1·2당의 위치는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의석 규모는 줄어들 전망이다. 녹색당 계열은 의석을 최대 1/3을 잃을 거란 예측이 나왔다.
극우정당들은 향후 유럽의회 운영에 적극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프랑스 우파 의원 장 폴 가로는 “우리는 유럽의회 위원회나 의장 또는 부의장직도 가질 수 있다”며 “극우정당연합이 녹색 정책이나 자유 무역 제한을 약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이민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극우인 ID가 ECR과 힘을 합쳐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극우정당들은 세력 재구성도 논의하고 있다. ID는 23일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ID에서 제명했다. AfD 소속 의원이 중국·러시아 스파이라는 의혹에 휩싸인 데 이어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나치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까지 내놓으면서다.
만프레드 베버 EPP 의장은 “유권자들에게 AfD가 푸틴과 시진핑의 대사 역할을 한다는 걸 알리겠다”고 말했다. 바스 아익쿠트 녹색당 공동대표는 “러시아와 중국은 유럽을 약화시키고 싶어한다. 극우파도 유럽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 결과, 기업 보조금에 영향 주시”
EU 유권자들이 극우 세력에 눈돌리는 이유에 주목하는 이들도 많다. 로이터는 높은 생활비, 에너지 위기, 불법 이민에 좌절한 유권자들이 주류 정당을 넘어서는 대안을 모색하면서 극우 정당이 득세한다고 봤다.
지난달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30세 미만 독일 젊은이들은 인플레이션(65%), 비싼 주택(54%), 노년기 빈곤(48%), 사회 분열(49%), 이주민 및 난민 유입 증가(41%)를 걱정했다.
한 프랑스 건설 노동자는 지난 3년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햄치즈 바게트 롤의 재료 가격이 3배로 올랐다며 “빵, 치즈, 버터 등 모든 것이 올랐다. 마크롱이 러시아와 전쟁하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보다 감당할 수 있는 주택 같은 국내 문제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 중엔 EU 녹색 규정과 자유 무역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글로벌 기업들은 선거를 주시하고 있다. 유로뉴스는 “선거 결과는 무역 정책, 기업이 받을 수 있는 보조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경제계에선 유럽의회가 침체에 빠진 유럽 경제를 되살리는 데 신경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논의가 중단됐던 ‘자본시장동맹(Capital Markets Union)’에 힘을 실어야 한다거나, 미·중 경쟁 속에서 EU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 유럽의회는 어떤 곳
「 유럽의회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권자가 직접 선출하는 초국가적 의회다. 선거는 5년마다 치러지는데, 이번엔 EU 27개국 유권자 3억7000만 명이 차기 유럽의회 의원 720명을 선출한다. EU 회원국 전체 시민은 4억5000만 명이다.
유럽의회 의원은 각국 정당 의원으로 선출되지만 일단 의회에 들어가면 같은 생각을 가진 초국적 정치 단체에 합류한다. 이런 단체는 7개가 있고, 대부분의 각국 정당이 그 중 하나에 속해 있다.
그룹마다 EU 회원국의 4분의 1 이상을 대표하는 23명 이상의 회원이 있어야 한다. 가장 큰 두 그룹은 EPP와 S&D다.
의회는 25~80여 명 의원으로 구성된 20개 전문 위원회(committees)에서 활동하며 교통, 국방 등을 다룬다. 각 위원회 의장직은 의회 전체의 정치적 구성을 반영한다.
의회는 EU에서 회원국 정부를 대표하는 협의회(council), 법률을 제안하고 시행하는 행정부인 위원회(commission)와 함께 3대 핵심 기관이다. 입법권이 있어 위원회가 제안한 새로운 법률을 채택하고 EU 예산도 승인한다.
브렉시트(2020년) 이후 첫 번째 투표인 올해는 의원 수가 2019년보다 15명 늘었다. 큰 국가 의원이 소규모 국가 의원보다 더 많은 사람을 대표한다는 원칙에 따라 의원 수가 많은 국가는 독일(96명), 프랑스(81명), 이탈리아(76명) 순이다. 키프로스, 룩셈부르크, 몰타는 각 6명이다. 다른 회원국에 거주하는 EU 시민은 사는 곳에서 투표할 수 있다.
일부 선거 결과는 중앙유럽표준시(CET) 기준 다음 달 9일 오후 6시15분경(한국시간 10일 오전 1시15분경)에 발표된다. 일찍 투표한 국가가 다른 곳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그 전엔 결과가 발표되지 않는다.
」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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