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화와 쇄신커녕 당권 다툼에 매몰된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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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재등판’ 관측 속 당권 경쟁 이전투구
‘대통령 탈당설’에 ‘호위무사’ 충성 발언까지
지지율 29% 최저치, 여당 존재이유 돌아봐야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에 대한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 대신 이전투구식 내부 권력투쟁에 몰두하고 있다. 대통령실을 향한 고언보다 호위무사 운운하는 충성 발언이 앞선다. 엄혹한 민심 이반을 똑똑히 목도한 게 불과 한 달 반 전 일이다. 집권 여당의 안이한 모습 앞에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던 국민의 실망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여당 내에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주말 정부의 ‘KC 미인증 직구 제한’ 추진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도서관 방문 등 노출 행보가 ‘목격담 정치’로 회자하던 터에 이런 입장이 나오자 견제가 거칠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초짜 당 대표가 되면 나도 거취를 결정할지도 모른다”며 탈당 시사 발언을 내놨다가 “정계 은퇴할 때나 하는 것”이라며 주워 담았다. 이에 “더 빨리 나가셔도 좋다” “원로라고 하기엔 졸렬하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설전이 벌어졌다.
당원 투표 100%로 대표를 뽑는 규정을 바꿀지, 바꾼다면 민심을 얼마나 반영할지를 놓고 계파별, 당권 주자별로 물밑 신경전도 치열하다.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두고도 ‘늦추자’ ‘당기자’ 샅바 싸움이 팽팽하다. 성찰의 목소리는 “과거보다 미래”라는 주장에 눌려 쪼그라들고 여당이 온통 당권 계산의 수렁 속으로 빠져든 형국이다.
그런 와중에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는 풍문도 돌았다. 특정 세력이 ‘한동훈 띄우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곁들여졌다. 지난 20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 당선인 만찬 자리에선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되겠다”는 말이 나오자 윤 대통령이 “내가 당의 호위무사가 되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 또한 탈당설을 의식한 발언으로 여겨졌다. 여권 고위층에선 헛소문이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권력 암투가 어느 정도길래 그런 얘기가 거리낌 없이 활개친다는 말인가. 1호 당원인 대통령과 초선 당선인 사이의 덕담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다를 것이다. 따지고 보면 지난 총선의 여당 참패도 의원들이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볼썽사나운 충성 경쟁에 민심이 돌아선 결과였다. 이날 당선인들로부터 국정 쇄신과 정책 혼선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는 말은 들리지 않았다.
총선 패배의 전말을 제대로 담아야 할 백서 발간은 당권 다툼과 엮이면서 내홍의 불씨가 됐다. 백서TF 위원장을 맡은 조정훈 의원이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윤-한 공동책임론’을 거론하자 친한계가 발끈했다. 회원 7만명의 한 전 위원장 팬카페는 자체 백서 발간에 나섰다. 낙선자 사이에선 컨설팅 그룹에 맡기자는 말까지 나왔다. 조 의원이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친윤계 이철규 의원과의 친분설이 돌면서 공정성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야당은 더 독해진 입법 독주를 잇따라 공언하고 있다. 국회의장과 주요 상임위원장 독식에, 장관·검사 탄핵권 무기화, 법안 패스트트랙 기간 단축까지 추진할 태세다. 소수 여당으로선 민심에 의지하는 것 말고는 딱히 기댈 곳이 없다. 그러려면 처절한 반성을 토대로 환골탈태의 의지를 다지는 데서 쇄신의 첫걸음을 떼는 것이 상식이다. 민심은 냉철하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인 29%까지 떨어졌다(24일, 한국갤럽). 집권 여당 본연의 사명감을 되찾지 못하면 떠나간 민심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여당의 존재 이유부터 꼼꼼히 되새겨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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