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해지는 전세난 [김경민의 부동산NOW]
서울, 수도권 전세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빌라, 다가구주택 등 비아파트로 분산됐던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대거 몰리자 전세매물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9% 올랐다. 무려 51주 연속 상승세다. 전세 매물도 씨가 말랐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5월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2만9,697건으로 3만 건을 밑돌았다. 3개월 전(3만4,345건)보다 13.6% 감소했고, 1년 전(3만8,985건)과 비교하면 23.9% 줄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 전셋값은 지난해 9억 원대에서 올해 12억5,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송파 대단지 ‘헬리오시티’ 같은 평형 역시 전셋값이 어느새 1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세 공급이 줄어든 것은 임대차법 영향으로 계약갱신이 급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셋값이 치솟고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기존 세입자들이 전세 계약을 연장하면서 새로 공급되는 전세 매물이 귀해졌다. 전세사기 여파로 젊은층의 빌라 전세 기피 경향이 심화되면서 아파트 전세 수요가 더 몰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셋값은 당분간 상승 곡선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이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양질의 주택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921가구로 지난해(3만2,795가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책 리스크도 변수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면서 정부의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손질에 제동이 걸려 전셋값이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임대 기간을 4년 동안 유지해야 하고 임대료도 5%밖에 올리지 못하면서 집주인들이 앞다퉈 전세 물량을 거둬들여 전세 공급이 급감했다.
금리가 높으면 수요가 위축될 법도 한데, 전세 시장은 예외일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낮은 이자에 전세 자금을 빌려주는 정책 대출로 우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 1월 말 출시된 신생아특례대출이 대표적이다. 최저 1%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신생아특례대출은 주택 구매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로도 활용 가능하다. 이 때문에 서울, 수도권 전셋값은 당분간 상승 곡선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Word 김경민 기자 Photo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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