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고교생 모친, 尹·김정은에 편지…"아들 한 번 보고 죽었으면"
“윤석열 대통령님, 김정은 위원장님 이 늙은이 소원은 딴 거 없습니다. 그저 아들 얼굴만이라도 한 번 보고 죽었으면 여한이 없겠습니다. 꼭 도와주세요.”
1978년 8월 10일 전남 신안군 홍도로 피서를 떠났다가 친구 이명우씨(당시 17세)와 함께 납북된 홍건표씨(당시 17세)의 어머니 김순례씨(91)는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윤석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게 편지를 썼다.
24일 통일부에 따르면 김씨의 손자는 김씨가 쓴 편지를 전북 군산 선유도해수욕장에서 열린 ‘세송이물망초 송환기원비’ 제막식 현장에서 통일부에 전달했다.
세송이물망초 송환기원비는 1977, 1978년 납북된 고교생 5명의 송환 기원 및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담아 통일부가 세운 상징물이다.
김씨는 “90이 넘은 노파의 몸으로 살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지금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바라겠냐”고 말했다.
이어 “남은 소원은 40여 년을 매일매일 그리워한 아들 얼굴 한 번 보고 죽는 것밖에 없다”며 “금방이라도 대문을 열고 ‘엄마’하고 들어올 줄 알았던 아들이 40년을 훌쩍 넘겨도 얼굴 한 번 볼 수 없으니, 이 한 맺히고 원통함을 누가 알겠냐”고 호소했다.
그는 “40여 년 전 남편은 아들을 찾겠다며 전라도 섬들을 다 뒤지고 다니다 화병에 하던 사업도 망해 먹고, 잃어버린 아들 걱정만 하면서 결국 사망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모진 팔자는 아들 얼굴 볼 날이 있을까 숨만 붙어 살고 있다”며 아들과의 상봉을 성사시켜달라고 요청했다.
1977년 8월 12일 홍도에서 납북된 최승민씨(당시 17세)의 형 최승도씨(68)는 이날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버지, 어머니는 아들이 새우잡이 어선에 잡혀 일하는 줄 알고 홍도 주변 섬을 찾아다니다 병환으로 돌아가셨다”며 “마지막으로 (동생) 얼굴을 한 번 보고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영혼에라도 전해드리고 싶다”고 울먹였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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