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사과하는 법 #돈쓸신잡
최근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존 윅〉 시리즈를 정주행했다. 주인공 존 윅은 현역에서 은퇴한 전설적인 암살자다. 그는 그저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인데, 동네 건달들은 존 윅을 건드린다. 물론, 그가 어떤 인물인지 모르고 실수한 것이다. 바로 여기서부터 존 윅의 무자비한 피의 복수가 시작된다. 물론 건달들에게도 목숨을 지킬 기회는 있었다. 그들은 뒤늦게 존 윅이 무시무시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만약 그때라도 존 윅에게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면 최소한 목숨은 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최근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 사건을 겹쳐놓고 생각해 봤다. 신속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사과만 제대로 해도 최악은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구독자 수백만 명을 보유한 초대형 유튜브 채널이 지방 소도시 탐방을 주제로 한 콘텐츠에서 지역 비하 발언을 했고 이것이 공분을 일으켰다. 결국 사과하긴 했지만, 논란 초반에 재빨리 대응하고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으면 타격이 조금은 줄었을 것이다.
잘못했을 때 사과하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스킬이다. 더 나아가면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필수적이다. 사과만 제대로 해도 금전적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말뿐인 사과만 받은 고객은 향후 우버 이용률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반면, 사과와 함께 5달러 쿠폰을 함께 받은 고객은 향후에도 우버 서비스를 계속 이용했다. 재밌는 결과는 아예 사과를 듣지 않은 고객보다 '말뿐인' 사과를 들은 고객이 더 많이 분노했다는 것이다.
즉,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보상도 없는 허무맹랑한 사과는 오히려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었다. 우버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지극히 형식적인 사과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반면, 적정 수준의 금전적 액션이 더해진 사과의 힘은 강했다.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카페에선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대기하는 손님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과도한 조치였다. 이 과정을 누군가가 동영상으로 찍어 트위터에 올렸고, 금세 여론이 들끓었다. "과연 백인이었어도 저렇게까지 했을까?"라는 비판이 거셌다. 해당 매장엔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몰렸고, 전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의 대응은 매우 빨랐다. 그리고 정확했다. 사건이 터진 직후 곧바로 CEO가 나섰다. 성명까지 발표하며 '무조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며 빠르게 사과했다. 직접 피해자를 찾아 사과했다. 그리고 미국 전역에 있는 스타벅스 8000곳의 문을 하루 닫았다. 그날 18만 명에 가까운 스타벅스 직원에게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했다.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금전적 보상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 하루 동안 매장 8000곳을 닫는 건 엄청난 손실을 감수한 것이다. 즉, 이런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문제를 제대로 고치겠다는 진심을 보여준 것이다. 스타벅스의 대처는 아직도 사과의 정석으로 회자된다.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