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미 라파 대규모 작전?…美 하버드대생 '졸업식 퇴장' 시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도심을 향한 군사 작전을 확대했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본격화하자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에선 수백명이 집단 퇴장하는 등 이스라엘 공격을 반대하는 이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라파 동쪽에 있는 브라질과 샤부라 지역에 진입해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현지 주민은 "이스라엘군이 라파의 남동쪽에 진격해 도시의 서쪽인 이브나 도심을 향해 조금씩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브나는 인구 밀도가 높은 곳으로, NYT는 이스라엘군이 라파 작전을 확대하는 게 분명하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6일 이스라엘군은 라파 주민들에게 대피를 지시한 후, 라파 동쪽으로 밀고 들어가 하마스 소탕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TV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라파에서 무장세력 18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가리 소장은 "우리는 라파를 박살 내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고 정밀하게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구호단체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라파에서 이미 중대한 군사 작전이 진행 중이라면서 민간인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라파에선 전면적 작전이 시작되고 있고, 여전히 정밀 공격으로 민간인들이 살해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스라엘군이 라파 군사작전에서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지원과 관련해 설정한 '레드라인'(금지선)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라파에서 피란민 보호와 인도적 지원을 위한 '신뢰할 수 있으며 실행가능한' 계획이 선행되지 않는 '대규모 군사 작전'은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는 데도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군의 작전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특히 미국·영국·독일 등선 전쟁을 반대하는 대학생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이날 미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졸업생과 가족 등 9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졸업식에서 수백 명의 졸업생이 학위복을 입은 채 졸업식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전쟁 반대", "팔레스타인 해방"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는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텐트 농성에 참여한 학생 13명에게 졸업장을 주지 않기로 한 대학 측 결정에 항의하는 행동이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선 이날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16명이 부총장실 연좌 농성을 벌이다가 경찰에 연행됐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이들 학생은 대학 측에 이스라엘과 관련된 기업들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했다. 옥스퍼드대 친팔레스타인 학생단체(OA4P)는 "대학 측이 지난 2주간 응답을 하지 않아 평화적인 농성을 벌였다"고 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베를린에 있는 훔볼트대학에선 150여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요구하며 전날부터 대학 사회과학연구소 점거 시위를 벌이다 하루 만에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독일에선 이번 주 뮌헨·라이프치히 등에 있는 대학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벌어졌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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