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韓납북자 문제' 포함 추진

정영교, 이유정 2024. 5. 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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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8월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단체장 및 가족과 촬영한 기념사진. 뉴스1.

정부가 오는 26~27일 서울에서 열리는 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채택할 공동성명에 한국인 납북자 문제를 포함하기 위해 막판까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북한의 '뒷 배'를 자처하고 있는 중국이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아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관련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은 "정부가 이번 3국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납북자 등의 송환에 적극적인 의지를 밝혀왔다.

오는 27일 3국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세송이물망초' 배지를 달고 나올지도 주목된다. 해당 배지는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은 정부 최초의 상징물로, 최근 통일부가 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해당 배지를 직접 소개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한 3국의 공동 의지를 확인했다. 주요 외교 현안으로 북한의 자국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내세우고 있는 일본은 이번에도 3국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도 관련 문제를 포함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제작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은 정부 최초의 상징물인 '세송이 물망초' 배지의 모습. 통일부 제공

2018년 5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7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선언에는 "한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은 북·일 간의 납치자 문제가 대화를 통해 조속히 해결되길 희망한다"는 대목이 포함됐다. 이듬해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8차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도 "중화인민공화국 및 대한민국 정상은 일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간 납치 문제가 대화를 통해 가능한 한 조속히 해결되길 희망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는 "이런 전례가 있기 때문에 납북자 문제 해결에 대한 한국의 바람과 양국 정상의 지지를 담는 것은 기본이고, 억류자와 국군포로 문제도 포함해야 과거보다 진전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러시아와 함께 북한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중국이 한·일과 북한에 비판적인 사안을 공동 안건으로 다루는 것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 한·일은 입장이 같지만 "중국이 이에 동조할 지는 미지수"란 반응이 정부 내에서도 나온다.

푸틴과 시진핑.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행하는 군사적 영역에서의 위협 행위에 반대하며 이는 북한과의 추가적 대결을 촉발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그 동맹국들'에는 미국과 연합 훈련 등을 진행하는 한·일이 포함되는 것이란 해석도 있었다. 중·러 정상회담 이후 열흘 만에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북한을 겨냥한 비판적인 입장이 나오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23일 '북·러 간 불법 무기 거래나 비핵화가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수 있느냐'는 질의에 "짧은 시간에 깨끗한 합의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운 주제"라며 중국과의 입장 차를 에둘러 밝힌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다만 이달 13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 만큼 막판까지 조율을 시도해보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김영호 통일장관 "북한 납치는 국제 인권 문제"


통일부는 이날 40여 년 전 고등학생들의 납북사건이 발생했던 전라북도 군산시 선유도 해수욕장에 '고교생 납북자 송환기원비'를 세우고 제막식을 열었다.
고교생 납북자 송환기원비 제막식 (군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1970년대 후반 북한 공작원에 의한 납치된 고교생 5명의 송환기원비 제막식이 24일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북한의 납치·억류 문제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여러 국적의 피해자가 존재하는 국제적인 인권 문제"라며 "국제사회가 연대해 북한의 납치 범죄를 집중 조명하고 책임규명을 위한 실질적 조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부처 장관이 납북 피해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막식엔 방한중인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대사, 이신화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 피해자 가족 등이 참석했다.

선유도 해수욕장은 1977년 8월 당시 군산기계공업고등학교 1학년이던 김영남씨가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된 곳이다. 그는 일본인 납북자인 요코타 메구미와 북한에서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오는 27일 또 다른 고교생 납치 장소인 전라남도 신안군 홍도에서도 문승현 차관과 납북 학생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교생 송환기원비 제막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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