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테스트' 실패설에 즉각 대응한 삼성전자(종합)
HBM 악화 우려…"긴밀히 협력하며 기술·성능 테스트 중"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납품을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품질 테스트(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에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삼성전자가 언론보도에 공식 입장문까지 낸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24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현재 다수의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지속적으로 기술과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HBM의 품질과 성능을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한 외신이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HBM의 발열과 전력 소비 등의 문제로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한 데 따른 대응이다.
해당 외신은 지난 3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의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HBM3E 12단 제품에 '젠슨 승인(JENSEN APPROVED)'이라고 적으며 시장에서 기대가 나오기도 했지만 결과는 달랐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해당 보도를 확인한 후 빠르게 대응하며 업계와 투자자들의 우려를 일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공식입장문을 낸 건 외신 보도가 나온 후 1시간30분이 지난 뒤였다. 내부적으로는 반박할지 아니면 내용을 추가할지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팩트가 다르다고 판단해 공식적으로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삼성이 비교적 빠르게 대응에 나선 건 HBM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인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식통들은 지적된 문제를 손쉽게 수정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삼성전자가 HBM 분야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러지에 더 뒤처질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날 보도 여파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2%대의 낙폭을 보이기도 했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성능을 높인 반도체다. 엔비디아 등이 만드는 그래픽저장장치(GPU) 프로세서 옆에 붙어서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인공지능(AI) 시대의 필수 반도체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의 HBM3와 HBM3E 테스트 통과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세계 최초로 36GB 용량의 HBM3E 12단(H)을 개발해 엔비디아에 샘플을 보낸 상태다.
문제는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 1위지만 HBM 시장 주도권은 10년 전부터 HBM에 적극적으로 베팅해온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잡고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 왔으며, 지난 3월에는 메모리 업체 중 가장 먼저 HBM3E(8단) 제품을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메리츠증권 집계에 따르면 올 1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9%, 삼성전자 37% 수준이다. 여기에 후발주자인 마이크론도 HBM3를 건너뛰고 2월 HBM3E 8단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HBM 태스크포스(TF)를 조직했으며, 최근엔 엔비디아의 긴급 호출로 HBM TF 수장인 황상준 D램개발실장(부사장)이 미국 출장을 떠나기도 했다.
지난 21일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하기도 했다. HBM3E의 품질 테스트 통과와 성공적인 납품 등으로 HBM 시장 주도권을 탈환하는 것이 전 부회장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는 만큼 삼성이 일정 수준의 성능을 충족하면 예상보다 빨리 납품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입장문에서 "삼성전자는 모든 제품에 대해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신뢰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특정 시점에서의 테스트 관련 보도는 당사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며 보도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1일간 '빅맥'만 썩지 않았다…햄버거 회사가 답한 그 이유[햄버거 썩히기]④ - 아시아경제
- 4년간 女 5명과 결혼·동거…"드라마도 이렇게 못 써" - 아시아경제
- 라면·김밥 주문 후 동전 세더니 '주문 취소'한 모자…"대신 계산했는데 오지랖인가요?" - 아시아
- "靑 가면 죽는다 경고했는데 가겠나"…명태균 녹취파일 추가 공개한 민주당 - 아시아경제
- 이혼 전문 변호사 "율희, 양육권 소송 승산 있다" - 아시아경제
- "설거지·가사도우미로 月160만원 벌며 살아보니" 최강희 고백 눈길 - 아시아경제
- '트럼프 측근' 된 머스크, 美 대선으로 29조원 벌어 - 아시아경제
- '소녀상 모욕' 美유튜버 "내 사과 받아달라" 태도 돌변 - 아시아경제
- "짐 싸 캐나다 간다" 해리스 지지층 '캐나다 이주' 검색량 급증 - 아시아경제
- "감옥 보내고 수백만명 구하자"…北 대표부 건물에 걸린 '죄수 김정은'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