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윤석열'이 잡은 범죄자, 용산 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임병도 기자]
▲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 중 하나였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발탁했습니다. 정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유죄를 받은 인물입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박근혜씨가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보좌했던 최측근입니다. 박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으로 임명됐습니다. 당시 정 전 비서관을 비롯해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청와대 핵심세력을 뜻하는 '문고리 3인방'이라고 불렸습니다.
그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대통령과 만나거나 서류 등을 전달하지 못한다고 해서 생긴 별명입니다. 대통령 일정과 메시지, 청와대 살림살이를 책임졌던 문고리 3인방은 현역의원보다 더 힘이 셌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정호성 녹취록... 박근혜가 아닌 최순실 비서관?
문고리 3인방 중 정호성 전 비서관은 박씨를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대부분의 연설문을 작성할 정도로 신뢰가 높았습니다. 정 전 비서관은 박씨의 지시에 따라 국무회의 자료와 연설문 등 청와대 기밀자료로 분류된 문서를 최순실씨에게 전달했습니다.
특검 수사를 통해 알려진 '정호성 녹취록'을 보면 박근혜, 최순실, 정호성 세 사람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시사저널>이 공개한 녹음파일을 보면 누가 대통령 당선인지 헷갈릴 정도로 최씨가 주도하는 모양새였습니다.
최순실: 두 페이지씩 만들면 충분하지. 경제부흥을 2.5, 그다음에 국민행복을 2.5, 그다음에 자랑스러운 걸 2.5 하면 7.5잖아. 앞뒤로 하면 되겠네. (중략) 그러니 경제부흥을 좀 많이 해야 되지 않겠어?
정호성: 예. 그게 또 하다 보면 혹시 또….
최순실: 그러니까 정 과장이 일정을 정해 놓고 해야 된다니까. (중략) 그러니까 정 과장님, 페이지를 안 정해 놓고 하면 말이야 이런 일이 생긴다고 (중략) 이렇게 늘어져서 이상한 말을 앞뒤에 갖다 붙이고 억지로 되는 페이지가 나오니까. 딱딱 해서. 맞춰놓으세요.
정호성: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최순실: 좀 적어요
정호성: 예
최순실: 그런 말을 넣어야 된다니까. 못 적었지?
정호성: 받아썼습니다.
<JTBC 뉴스룸>이 공개한 또 다른 녹음파일을 보면 최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박씨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발언까지 개입해서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의 전화 통화 내용을 보면 최씨는 "그거 몇 가지만 고쳐 써요"라고 지시를 내렸고 정 전 비서관은 "정리해서 다시 올리겠다"며 최씨에게 보고합니다.
이날 최씨가 지시한 내용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수정됐고, 박근혜씨는 며칠 뒤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씨의 지시대로 말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지난 2016년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박영수 특검이 출범합니다. 당시 박영수 특검은 국정원 댓글 수사로 한직으로 밀려난 윤석열 검사에게 특검 수사로 명예회복을 권유했습니다. 대전고검에서 근무했던 윤석열 검사는 박영수 특검의 수사4팀 팀장으로 발탁됐고, 국정농단 특검에 합류합니다.
당시 윤석열 4팀은 미르· 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뇌물 수사,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도 수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4팀은 박근혜씨와 최순실 일가의 유착관계, 특히 최태민으로 시작된 최씨 일가의 재산 부분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영수 특검에 파견 검사로 활약했고, 이 공로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했다가 검찰총장을 거쳐 급기야는 20대 대통령까지 당선됐습니다. 윤 대통령이 승승장구했던 이유는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기 때문입니다. 검사가 수사를 잘했다는 것은 범죄자의 혐의를 입증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12월 윤 대통령은 자신이 수사했던 범죄자들을 대거 특별사면합니다. 특별사면 대상자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등 문고리 3인방도 포함됐습니다. 본인이 '반헌법적 행위', '중대 범죄'리며 수사해서 감옥에 보낸 범죄자들을 사면해 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이 맡은 시민사회수석실 3비서관의 원래 명칭은 국민공감비서관입니다. 민원과 국민 제안을 접수하는 역할로 국민들과 소통하는 것이 주 업무입니다. 박근혜 국정농단은 국민들이 나서서 탄핵까지 끌고 간 사건입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국정농단으로 유죄까지 받은 인물을 국민소통비서관으로 임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인사를 국민들이 납득하고 공감할지가 의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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