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케냐 ‘非나토 동맹국’ 지정…아프리카서 中·러 영향력 차단 포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케냐를 ‘주요 비(非)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하기로 하는 등 아프리카에서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케냐를 주요 비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주요 비나토 동맹국은 미국이 나토 이외의 국가와 맺는 군사적ㆍ전략적 동맹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이스라엘ㆍ호주ㆍ필리핀 등 18개 국가가 지정돼 있다.
케냐가 비나토 주요 동맹국으로 지정되면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국가 중에서는 처음이 된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케냐가 다년간 미국의 아프리카사령부 책임 지역과 전 세계에 기여한 공로, 그리고 케냐 정부와의 국방ㆍ안보 협력을 심화하는 데 대한 미국의 국익을 감안하여 이를 추진한다”며 “미국이 세계 평화와 안보에 대한 아프리카의 기여를 다른 지역의 주요 비나토 동맹국들과 동등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할 것”이라고 했다.
루토 케냐 대통령은 이번에 미국을 국빈 방문했는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해외 정상의 국빈 방미는 프랑스ㆍ한국ㆍ인도ㆍ호주ㆍ일본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유럽,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 들어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을 빼면 케냐가 아프리카 국가로선 처음으로 국빈 방미를 한 셈이다. 케냐 대통령으로서 국빈 방미는 20년 만이다.
미ㆍ케냐 정상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올해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을 축하한다”며 기후 변화 대응 및 녹색 산업화를 목표로 한 ‘미ㆍ케냐 기후 및 청정 에너지 산업 파트너십’ 출범을 알렸다. 미국은 아프리카 경제 발전 기회 제공을 목적으로 2000년에 제정된 이후 네 차례 연장돼 2025년까지 적용되는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이 적시에 재승인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채무 위기에 처한 빈국을 지원하기 위해 세계은행 산하 국제개발협회(IDA)에 2억5000만 달러(약 34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이번 주에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과 케냐는 아프리카 저소득 국가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하는 ‘나이로비-워싱턴 비전’도 채택했다.
미국은 또 반도체ㆍ과학법(CHIPS Act)에 따라 만들어진 국제기술안보혁신(ITSI) 기금을 통해 조립ㆍ테스트ㆍ패키징 부문에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를 성장시키고 다각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루토 대통령을 만나서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재선을 하면 내년 2월에 아프리카에 방문하는 것을 계획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케냐에 공을 들이는 것은 아프리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차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벌이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아프리카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케냐가 갱단의 무장 폭력으로 무질서 상태가 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 경찰을 파견키로 한 결정에 지지를 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아이티에 직접 병력을 파견하지 않고 물질적 지원만 제공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미국이 병력을 파견할 경우 우리가 하려는 일에 대해 오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많은 질문이 제기되고 아이티와 미국의 이익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용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티 국민은 평화와 안전을 누릴 자격이 있으며 이 책임을 맡아준 루토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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