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타워 매입자문’ 최주상 쿠시먼 이사 “고객 니즈파악 중요” [쿠키인터뷰]
서울 강남구 선릉 위워크타워가 최근 새 주인을 만났다. 매수자는 현진그룹이다. 현진그룹은 물건을 1470억원에 매입했다. 원주인인 신한리츠운용은 27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거래 일등 공신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거래자문사다.
매입매각자문팀을 이끄는 최주상 이사를 22일 한국지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무실은 프레스센터 옆 SFC건물 19층에 있다. 기자가 막 도착했을 땐 룸에서 활발한 미팅이 진행 중이었다. 벽엔 그간의 성과를 트로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었다. 회사는 위워크타워 이외에 디타워 돈의문 매입자문, 여의도 유수홀딩스 매각 및 사옥 매입 자문, 한진중공업 서울 사옥 매각자문, KT용산빌딩 매입자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연도별 우수 직원도 눈에 띄었다. 직원끼린 영어로 이름을 부르는데, 최 이사(영어이름은 라이언이다)는 3년(2019~2021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은은한 조명이 깔린 인테리어는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무실이 세련됐다
“응대고객이 기관투자자나 고액자산가가 많다보니 회사에서 인테리어에 신경을 쓴 거 같다. 고객 미팅은 하루에 많을 땐 6~7개, 적을 땐 2~3개는 열린다. 일하는 팀에서 직급마다 나눠져 있긴 한데 저는 거래를 수주하는 역할이라 대외적으로는 대표 역할을 하다 보니 미팅 빈도수가 많다.”
현학진 현진그룹 회장은 과거 피플라이프 때 맺은 인연으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를 자문사로 고용했다. 현진은 이후 지난 1년여 간 우량 오피스 자산 입찰에 다수 참여하며 인수를 적극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 어려움은 없었나
“상업용 부동산 주 소비층은 기관투자자인데 반해 이번 건은 개인투자자여서 시장을 전반적으로 이해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건물 하나를 매입해서 운용하기까지 거치는 과정을 설명 드리고, 가격을 이해시키고, 제3자는 물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경쟁자는 누구인지도 알려드린다. 입찰 필승 전략도 세워드린다.”
회사가 고객을 알기 위한 방법은 ‘대화’다. 고객과 대화를 하면서 니즈를 명확하게 파악해야만 보다 사려 깊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회사는 믿는다.
고객을 알기 위한 스킨십도 있나
“매우 많다. 개인이나 법인일수록 대화를 오래 한다. 사실 전문투자자는 목표가 명확하다. 얼마를 투자해서 얼마를 벌며, 얼마나 싸게 사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에 반해 개인이나 법인은 니즈에 더 집중된다. 예를 들어 사업용 자산이라면 영위하는 사업에 부합한 입지여야 한다. 제조업자가 성수동 핫플레이스에 공장을 차릴 수 없고 명품은 청담으로 가듯 고객 니즈를 잘 반영하기 위해 많이 대화하고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아야한다. 파악기간이 길진 않다. 준비가 아예 안 된 상태에서 오는 경우는 드물다. 기간이 길어진다는 건 그만큼 준비가 덜 된 것이다. 관심은 있지만 사거나 팔 생각은 없는 경우다. 우리도 그럴 땐 장기 플랜을 가지고 응대한다.”
자문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트렌드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트렌드는 매번 변하기 때문에 거래를 자문하는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고집하는 건 어리석다. 상업용 부동산 거래시장은 금융시장과 실물 부동산 시장이 만나 형성된다. 금융시장엔 금리와 자금 흐름이 영향을 주고, 부동산 시장은 경기를 탄다. 결국 시장을 정확히 판단하는 게 중요하고, 고객 우선순위가 무엇이냐를 따져서 최우선으로 나온 결론이 시점의 최고 중요가치다.”
최 이사는 트렌드를 세 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엔드유저(End-user, 실수요자)와 SI(전략적 투자자)가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좋은 위치에 좋은 현금흐름을 가진 대장주’다. 객관적인 시각에도 미래가치 상승이 확실한 자산이다. 마지막은 ‘정말 싼 물건’이다. 일종의 보험인데, 실패할 확률은 적으면서 적어도 3년에서 5년 뒤엔 오를 수 있을만한 자산이다. 물론 가치상승 요인이 뒷받침돼야 한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과 분당권역 오피스 빌딩 거래규모가 전 분기 대비 약 46% 성장했다. 최 이사는 이를 ‘시장 회복’이라고 단정 짓지 않았다.
“지표와 약간 거리감이 있다. 우리가 진행한 거래도 1년 이상 끌다가 종료된 거래가 많다. 코로나19 시점부터 금리와 공사비가 오르면서 펀딩이 어려웠던 거래였다. (시장이) 작년 연말이 가장 어둡고 올해엔 풀릴 거란 기대심리에 더해, 올 초 대출시장에 새로 세팅된 자금이 열리면서 일부 거래가 성사됐다.”
“하지만 시장 회복 신호탄은 아니다. 성사된 거래를 보고 다시 또 거래가 쏟아졌는데, 이 상황에서 엔드유저와 SI가 붙거나, 그게 아니면 정말 좋은 거래만 진행 중이다. 그래서 ‘회복’이라고 표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금융시장으로 보자면 워낙 불확실성이 크니까 대출은 구하기 쉬워도 에쿼티(자기자본)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오피스 시장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금리 행방이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한 자산으로부터 안정적인 ‘엑시트’를 해야 하는데, 펀드 설정기간을 평균 5년 이라고 보면 5년 전 금리와 지금은 금리 격차가 크다. 일부러 손해를 입으려는 기관투자자는 없다고 본다. 결국 금리가 인하될 때까지 버틸 것이다. 아무쪼록 금리는 내렸으면 좋겠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올해 투자시장에서 코어(Core) 자산 중심 거래와 밸류 애드(Value-Add) 투자 형태의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어는 비유하자면 ‘마르지 않는 샘’이다. 임대료가 알아서 오르는 알짜배기 자산이다. 밸류 애드는, 최 이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치를 높이기 위한 ‘액션’을 필요로 하는 자산이다. 최 이사는 이들을 가리켜 ‘투자자가 하고 싶은 거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금리가 좋고 유동성이 활발할 땐 해외 투자자도 국내에서 투자를 많이 했다. 거래도 다양하게 성장했다. 지금은 돈이 제한적이고 사업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 이렇다보니 투자자도 본인이 할 만한 걸 가져와 달라고 요구한다. 수익률이 좋고 안정적이고 망하지 않은 물건이거나, 리스크는 있어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물건이다. 결국 양극화할 수밖에 없고 그 끝이 ‘코어’와 ‘밸류애드’다.”
“코어는 방향이 정해졌지만 밸류애드는 어떻게 흘러갈지 고민이다. 사실 거래하기 좋은 상황은 아니다. 공사비와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도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정상화를 공언했으니까 개발이 중단된 자산이 원가 절하된 상품으로 시중에 유통되면 투자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문사 아이디어가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이디어가 아닌 가격이 변별력을 주고 있다. 자문역으로서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전문가인 최 이사에게도 밸류애드 투자 자문은 까다롭다. ‘자신이 없다’는 그의 말에 놀랐다.
양극화에 어떻게 대응할 건가
“예전엔 아이디어를 내서 밸류애드를 해드리면 그 플랜을 샀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플랜보다는 원가가 떨어져야 의미 있는 시장이 됐다. 코어는 좋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더 집중해 업무를 하려 해도 밸류애드는 자문사로서 뭔가 역할을 잘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만큼 시장이 달라졌다. 당사는 비 제도권 물건을 가격을 낮추고 아이디어를 심는 등 상품화해서 잠재 매수자에게 제안하는 식으로 사업 방향을 잡고 있다.”
“코어와 밸류애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작년부터 매입자문에 집중하고 있다. 매각도 중요하지만 확실한 니즈와 목적성을 가지고 매입하려는 투자자 자문 역할도 중요하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문 시장은 외국계 기업이 꽉 쥐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BRE·세빌스·JLL 등 4개사가 ‘메이저’다. 국내기업도 있지만 경쟁력이 외국계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국내 시장도 이들의 주 무대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현재 삼성물산 옛 서초사옥인 ‘더 에셋’ 매각을 자문하고 있다. ‘더 에셋’은 지하 7층~지상 32층, 연면적 8만1117㎡(약 2만4538평) 규모 빌딩이다. 회사는 또한 국내 공공기관 사옥매입자문도 맡고 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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