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부결 낙관하는 與…공공기관장 90개 빈자리 믿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28일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 개최를 예고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탈표를 최소화하기 위해 진력을 다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오후 당 소속 21대 의원들에게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에 반대해 달라는 취지의 편지를 보냈다. “의원님, 원내대표 추경호입니다”로 시작한 편지에서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도 공수처 수사를 보고 국민의 의혹이 풀리지 않으면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고 했다”며 “사건의 진상을 신속히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먼저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썼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국민께서 궁금해하시는 부분을 소상히 풀어드릴 수 있도록 공수처에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강력히 요구하겠다”며 “의원님,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운영에 무한한 책임을 갖고 임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힘을 모아 달라”고 덧붙였다. 이탈표를 최소화하기 위한 읍소 작전으로, 전날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 전원에게 ‘특검 찬성’ 편지를 보낸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전임 원내지도부도 나섰다. 이날 국회에선 직전 원내대표인 윤재옥 운영위원장 집무실에 이양수 전 원내수석과 정희용 원내대표 비서실장 등이 모여 당 소속 21대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모습이 취재진에 포착됐다. 정 비서실장은 취재진과 만나 “전화를 안 받는 의원들의 경우 윤 전 원내대표가 지방에 직접 가서 만나거나 개별 면담을 했다”며 “의원총회를 통해 당 입장이 정리되면 의원 대부분이 따라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표 단속에 집중하면서도 특검법 재의결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고 한다.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이 안철수ㆍ유의동ㆍ김웅 의원 세 명인 데다, 소속 의원 대부분이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고 특검 여부를 결정하자”는 당 방침에 심정적으로도 동의한다는 것이다.
다만, 본회의 출석률엔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재의결엔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데, 여당 의원 출석률이 저조할 경우 재의결 정족수가 낮아져 적은 이탈표로도 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당 사무처가 공개적으로 특검법 찬성 의사를 밝힌 김웅 의원을 제외한 112명 의원에게 본회의 참석 의사를 물었는데, 불참하겠다는 이는 없다고 한다.
21대 국회 임기가 끝난 뒤 공공기관장 인사가 대규모로 진행될 것이란 점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부결을 전망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2024년 공공기관 327곳 중 90곳의 기관장 임기가 이미 만료됐거나 상반기에 만료될 예정이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투자공사 ▶강원랜드 등 알짜배기 기관장 자리도 공석이다. 한 낙선 의원은 “본회의 불참은 특검법 찬성과 동의어”라며 “당론과 다른 길을 갔다가 임기 뒤 실업자가 되기 딱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 관계자는 “58명의 낙선ㆍ낙천 의원을 낙하산 내려보낼 곳이 많다는 게 여당 프리미엄 아니냐”고 했다.
다만 재의결 투표가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만큼 안심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선거에서 떨어진 한 의원은 통화에서 “본회의장엔 가겠지만, 투표소에서 내가 뭘 찍을지 누가 아느냐”고 말했다. 특검 반대 당론에도 불구하고 이탈표가 예상외로 많을 경우 여권이 심각한 후폭풍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웅 의원은 전날 자신의 SNS에 “그따위 당론, 따를 수 없다”고 적었다. 그러자 김태흠 충남지사는 “해괴한 논리로 특검 찬성을 하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님들, 채상병 특검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는데 특검을 찬성한다면 당을 떠나라”고 비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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