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쪼그라든 가계 실질소득, 반도체 착시효과 경계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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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로 1분기 가계 실질소득 7년 만에 최대 폭 하락
물가 안정이 최고 민생대책…단기 대증요법은 피해야
국민 생활이 팍팍해졌음을 보여주는 통계가 나왔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 실질소득이 1년 전에 비해 7년 만에 가장 큰 폭(1.6%)으로 쪼그라들었다. 명목소득은 약간 늘었지만 물가가 이보다 더 오른 탓이다. 가계소득에서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이 많이 줄었다. 실질 근로소득은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3.9%)으로 줄었다. 대기업 실적 부진으로 상여금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어제 기준금리를 11차례 연속으로 동결하고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1년4개월째 3.5%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올려 잡은 만큼 경기 부진을 막기 위한 금리 조기 인하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의 상방 리스크(위험)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물가와 환율, 가계부채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한은 입장에선 미국보다 금리 인하를 먼저 시작할 여지가 줄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비롯해 경제 주체를 힘들게 하는 고금리를 한동안 더 견뎌야 할 것 같다.
올해 1분기 우리 경제는 전 분기 대비 1.3%의 ‘깜짝 성장’을 했다. 정부는 “한국 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반색했다.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비상’이라는 명칭이 사라졌다. 수출과 내수의 균형 잡힌 회복세가 어우러진 ‘민간 주도 성장’이라는 평가가 정부 안에서 나왔다. 통계 숫자로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반도체로 인한 착시 효과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수출이 반년 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효과가 컸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56%나 급등한 1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내수 연관 효과가 크지 않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짓눌린 체감경기까지 따뜻하게 데우기는 힘들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어제 “수출과 내수 사이에 간극이 있고 내수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한 게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가계 실질소득의 감소는 거시경제를 운용하는 정부에 어려운 과제를 던졌다. 무엇보다 성장률 숫자를 넘어 국민의 삶이 실질적으로 나아졌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러면서 실질소득 감소가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같은 단기적 대증 요법의 근거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재정으로 현금성 돈 풀기를 하면 물가 불안을 키우고 결국 실질소득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지금은 물가를 잡는 게 최고의 민생대책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온 힘을 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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