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날아온 공, 관중이 팔 뻗어 캐치…징계 가능할까?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NC와 키움의 경기 도중 한 팬이 외야 담장과 관중석 사이로 날아오는 공을 글러브를 낀 채 팔을 뻗어 낚아채는 장면. 비디오 판독 결과 홈런으로 인정됐지만, 펜스 위에서 무리하게 타구를 잡아 논란을 일으켰다. [SBS스포츠 화면 캡처]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맞대결이 열린 지난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양팀 선발투수인 NC의 카일 하트와 키움의 아리엘 후라도는 호투를 거듭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하트는 7이닝 동안 6피안타 1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고, 후라도도 6과 3분의 1이닝 동안 6피안타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승부도 박빙이었다. NC가 7회말까지 3-1로 앞섰지만, 키움이 8회 안타 3개를 몰아쳐 2점을 뽑아 3-3 동점을 이뤘다. 그리고 이어진 9회 초 공격. 2아웃 상황에서 김성욱이 타석에 들어섰다.

경고문

장타력을 자랑하는 김성욱은 키움 마무리 주승우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를 벌이다 6구째 시속 148㎞짜리 직구를 공략했다. 큰 포물선을 그린 공은 쭉쭉 뻗어 좌익수 키를 넘어 왼쪽 담장 근처까지 날아갔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 외야 관중석에 있던 한 팬이 자신의 글러브로 이 타구를 잡아낸 것이다. 심판진은 해당 타구를 홈런으로 인정했지만, 키움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다.

3분이 넘게 시간이 흐른 뒤 지난 뒤 나온 비디오 판독 결과는 ‘홈런’이었다. 결국 이 홈런은 이날의 결승점이 돼 경기는 NC의 4-3 승리로 끝났다. 이 장면을 놓고 KBO 관계자는 “여러 각도로 영상을 봤을 때 모호한 부분이 있기는 했다. 이 경우 원심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원심을 뒤집을 만한 확실한 반대 증거를 3분 이내 찾지 못한다면 원심이 유지된다. 이는 KBO리그 규정(제1장 제28조 6. 비디오 판독의 절차 ②)에도 명시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날의 해프닝은 관중석에 있던 야구팬의 경기 방해만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지정 좌석에서 앉은 상태에서 공을 포구하지 않고, 펜스 위에서 무리하게 타구를 잡으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이 야구팬을 징계할 수 있을까. KBO 관계자는 “현재 규정상으로는 이런 행동을 한 팬을 징계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다만 구단별로 입장 관중을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은 있다. 입장권 뒷면을 보면 ‘경기를 방해하는 행위를 한 관중을 즉각 퇴장 조치하거나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키움 관계자는 “전날 타구는 비디오 판독 결과 홈런으로 인정된 만큼 해당 관중을 징계하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홈런이 된 공을 잡았기 때문이다. 다만 팬이 의도적으로 경기를 방해하려 했거나 담장을 넘어가지 않는 타구를 일부러 건드렸다면 퇴장 조치가 가능하다. 그라운드 난입과 같은 행위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