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권 만들어 아시아 번영을”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일 경제권을 만들자”는 제안을 내놨다. 저출산 고령화, 에너지 위기 등 공동 과제를 안고 있는 두 나라가 관세 철폐 등으로 경제권을 합쳐 EU(유럽연합) 시장에 버금가는 시장을 만들자는 취지다. 최 회장은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하는 ‘아시아의 미래’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제안했다. 도쿄 데이코쿠(帝国)호텔에서 ‘불확실한 세계와 아시아의 리더십’을 주제로 열린 이 행사에서 최 회장은 일본을 대표하는 경영자인 니나미 다케시(新浪剛史) 산토리홀딩스 CEO(최고경영자·사장)와 대담했다.
니나미 사장은 최 회장의 제안에 “동아시아 안전을 위해 양국 협력이 필요하며,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이를 아시아 경제권을 형성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며 공감을 표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경제, 방위 등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아시아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시아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담에서 ‘한·일 경제권’이 필요한 이유와 관련, 최 회장은 “수출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델에 한계가 있다”면서 “두 나라 (시장이) 결합하게 되면 6조 달러(약 8184조원)가 넘는 시장으로 다시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세계정세 속에서 ‘아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연설에서 “아시아가 무역과 투자 등 경제력을 살려 세계 평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는 전략적인 힘을 갖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과제 해결은 아시아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미국의 대립에 대해서 “중립”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말레이시아는 미국은 주요한 동맹국이며, 중국은 전략적인 중요 인접 국가이기에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다자주의를 살려 남중국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는 설명이다.
레민카이 베트남 부총리는 일본과의 경제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급망 강화와 디지털 분야 인재 육성에서의 협력을 제안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순 찬돌 캄보디아 부총리는 “평화와 안전, 경제성장 등 아시아 전체를 위해 공헌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날 만찬 연설에서 “일본이 위치한 동북아시아의 지역에서 평화와 번영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는 26~27일에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를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역 평화와 번영에 대한 큰 책임을 공유하는 3국에 의한 실무 협력을 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 첫날인 이날엔 저우샤오촨(周小川) 전 중국 인민은행장이 참석해 탈탄소 시대를 위한 전기차 확대의 필요성을, 청융화(程永華) 전 주일 중국대사가 나서 ‘평화적인 중일 관계 필요성’을 언급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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