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조국·김경수 한자리 부른 문 전 대통령 “연대해 성과 내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행사 직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한자리에 불러 모아 “서로 연대해서 빨리 성과를 내라”는 뜻을 전달했다.
조국 대표는 이날 추도식 참석 후 취재진을 만나 “참배하기 전 문 전 대통령 초대로 이재명 대표와 저, 김경수 지사 등 네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재에서 환담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네 사람의 환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민주당·조국혁신당 당선인 초청 오찬 직후 별도로 이뤄졌다.
조 대표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를 향해 “제1당이니만큼 민주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 뒤 조 대표에겐 “조국혁신당이 총선 기간 해왔던 여러 약속과 정신을 이어서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나면 그 활동을 이어가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또 “두 정당의 공통 공약이 많으니까 서로 연대해서 성과를 빨리 내달라”고도 당부했다. 두 정당은 ▶검찰 수사권 폐지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 ▶각종 특검법 추진 등 여러 공통 총선 공약을 냈다.
이재명 대표도 참배 뒤 기자들에게 “네 사람이 상당히 긴 시간 환담을 했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 현 시국의 어려움에 대한 걱정과 우려 말씀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정경대 유학 중 추도식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한 김 전 지사는 영국 정치와 정당의 운영 상황 등을 주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전날 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던 김 전 지사는 이날 이 대표 등을 만났냐는 질문에 “다들 인사는 나눴다”고만 답했다.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이기도 한 ‘지금의 실천이 내일의 역사’라는 주제로 한 이날 추도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 여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추모 화환을 보냈다. 야권에선 김진표 국회의장,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여야 대표의 메시지의 방향은 달랐다. 이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꿈꾼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윤석열 정권으로 인해 2년이란 짧은 시간에 참으로 많은 퇴행을 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푸는 정치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민주당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좋은 정치 지표”라고 밝혔다. 황 위원장은 추도식 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과 약 20분간 비공개로 만났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건 처음이다. 황 위원장은 환담 후 “문 전 대통령이 ‘여야는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두 팀으로 국민만을 생각하면서 정책 개발과 입법을 해야 하는데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고 했다”며 “특히 정치 언어랄까, 험한 말과 극단적인 표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 의혹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황 위원장은 2011년 5월 한나라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았던 시절,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문 전 대통령을 만났던 인연도 언급하며 “‘자주 대화하자’는 덕담을 나눴다”고 했다.
김해=정용환, 이창훈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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