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때문이야’ 유행시킨 그 국민 간장약 [장수 브랜드의 비밀]
‘우루사’는 대웅제약의 근본과도 같은 브랜드다. 작은 중소 제약사에 불과했던 대웅제약은 1961년 우루사의 등장과 함께 변화를 맞이했다. 우루사는 등장 이후 ‘국민 간장약’으로 자리 잡으며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우루사의 맹활약에 힘입어 대웅제약 사세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오늘날 매출 1조원이 넘는 대형 제약사의 반열에 올라섰다. 등장한 지 60여년이 지났지만, 우루사의 인기는 여전하다. 2023년 기준 우루사가 대웅제약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달한다.
간장약 최초 매출 1000억원대 눈앞
우루사는 대웅제약의 전신 ‘대한비타민산업’이 1961년에 내놓은 간장약이다. 일본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만든 정제형 알약이었다. 이름의 명칭은 라틴어로 곰을 뜻하는 ‘우르수스(ursus)’에서 따왔다. 약의 주성분인 우르소디옥시콜산(UDCA)이 웅담(곰 쓸개)에서 유래한 성분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UDCA는 담즙산의 일종이다. 간의 기능을 개선하는 효력이 있다. 콜레스테롤에서 생성되는 담즙산은 수용성과 지용성으로 나뉜다. 담즙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용성(독성) 담즙산은 간에 축적될 경우, 간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 UDCA는 수용성 담즙산으로 간세포 보호, 담즙 분비 촉진, 간 기능 개선, 담석 용해·예방 등의 역할을 한다.
처음 나왔을 때, 우루사는 인기가 없는 약재였다. 쓰고 목 넘김이 불편했던 탓이다. 알약의 정제 기술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던 탓에, 약을 제대로 코팅하지 못한 결과였다. 상품성이 떨어져 발매 초기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았다. 변화의 계기는 회사 주인이 바뀌면서 일어났다. 1966년 부산에서 선화약국을 운영하던 故 윤영환 전 대웅제약 명예회장이 대한비타민산업을 인수했다. 윤 전 회장은 우루사의 개선 작업을 직접 주도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약품이라 포기할 법도 했지만,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간 질환이 많은 우리 국민에게 ‘간장약’은 꼭 필요하다는 게 윤 전 회장 지론이었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UDCA와 비타민 B1·B2를 액체 상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1974년 액화된 약 성분을 젤라틴 막으로 감싼 연질 캡슐 형태로 ‘우루사’를 재탄생시켰다. 목 넘김이 편하면서, 입안에서 쓴맛이 느껴지지 않는 제품을 만들었다. 단점을 해결한 우루사는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2년 만에 국내 간장약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1984년 우루사는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회사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우루사는 단순히 회사 매출만 올려주는 브랜드가 아니었다. 회사 이미지와 브랜드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78년 대한비타민산업은 사명을 대웅제약으로 바꿨다. 이때 ‘웅’자는 곰 웅(熊)자를 썼다. 새로운 사명을 알리기 위해 곰과 관련된 브랜드인 우루사를 적극 활용했다. 1978년부터 우루사 광고에 곰의 이미지를 넣었고, 이는 곧 우루사 → 곰 → 대웅제약을 연상케 하는 효과를 보였다. 자연스레 대웅제약의 사명이 소비자 뇌리에 박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우루사는 현재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는 처방용 전문의약품과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주성분 UDCA 함유량이 100㎎ 이하인 약품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2개다. UDCA 함유량이 200㎎, 300㎎인 제품군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우루사는 현재도 높은 판매량을 자랑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2023년 기준, 처방용과 일반의약품을 합친 우루사 브랜드 전체 연매출액은 927억원. 대웅제약 전체 매출의 7.6%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도 전체 매출의 8%에 달하는 237억원을 거둬들였다.
‘간’의 중요성 뇌리 꽂은 ‘프레이밍 효과’
우루사는 ‘프레이밍 효과’를 제대로 활용한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프레이밍 효과란 구성 효과, 틀 효과라고도 불리는 행동경제학 용어다. 사람의 심리에 ‘틀(frame)’이 만들어지면 사람의 사고와 행동은 그 틀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 그것을 깨지 못하는 한 틀 밖으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창의적 사고를 방해하는 고정관념도 일종의 심리학적 ‘틀’에 해당한다. 브랜드 마케팅에서도 ‘프레이밍 효과’는 요긴하게 쓰인다.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를 까먹지 않도록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일례로 타이레놀은 두통약 시장에 진출할 당시 ‘순한 두통약’이라는 광고 문구를 계속 내보냈다. 기존의 ‘독한 두통약’과의 차별점을 꾸준히 강조했다. 그 결과 타이레놀은 순한 두통약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고, 두통약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됐다.
우루사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간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약’이라는 문구를 내보냈다. 각종 임상 실험에서 우루사가 간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됐다는 내용을 꾸준히 알렸다. 자연스레 ‘간 건강’하면 ‘우루사’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실제로 처방의약품의 경우 간장약 1위는 셀트리온제약의 고덱스다. 우루사는 2위다. 그러나 대부분 소비자들은 ‘우루사’는 알지만 ‘고덱스’는 잘 알지 못한다. 우루사가 꾸준히 ‘간장약 = 우루사’라는 틀을 짜온 결과다.
‘밈’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밈이란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는 중독성 강한 유행어를 뜻한다. 2011년 축구선수 차두리를 모델로 한 광고를 송출했다. 이때 중독성이 강한 멜로디에 ‘간 때문이야’라는 단순한 문구를 붙여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당시 우루사 인지도가 낮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우루사 = 간장약’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간 때문이야’의 효과는 10년이 지금 현재도 강력하다. 2023년 9월 대웅제약이 새로 내놓은 ‘간 때문이야’ 광고는 3개월 만에 조회 수 500만회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낮은 해외 매출 비중
매출 1000억원대를 바라보며 승승장구하는 우루사 브랜드에도 고민은 있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해외 실적이다. 대웅제약은 2010년대부터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해 2020년에 우루사 매출을 2000억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갈 길은 요원하다. 우루사 브랜드 해외 매출액은 2021년 34억6200만원, 2022년 38억6500만원, 2023년 30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다. 2018년 133억원을 기록하며 수출액 100억원을 넘기기도 했으나, 이내 곧 쪼그라들었다.
대웅제약은 우루사의 주성분인 UDCA의 효능을 알리는 전략으로 해외에서의 활로를 뚫을 계획이다. 최근 네이처지를 비롯한 해외 연구지에서는 UDCA의 효능을 새롭게 조명하는 논문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경로 차단과 위암 환자의 담석 생성 예방 장기 효과, 담도암 전이 억제 등의 연구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외에대 대웅제약측은 지속적인 임상 연구를 바탕으로 우루사 효능을 객관적·과학적으로 입증, 설득력 있는 마케팅을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0호 (2024.05.22~2024.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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