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냉전 돌파할 ‘미싱 링크’…한·중·일 협력 바퀴 다시 돌린다[26~27일 3국 정상회의]
오는 26~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는 의장국인 한국의 주도로 한동안 멈춰 있던 3국 협력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리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중 간 전략 대결 격화로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新)냉전 격의 대립이 고착화하는 구도에서 3국 협력은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넓히는 데 필요한 ‘미싱 링크(missing link, 잃어버린 고리)’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3국 국민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의 동력 확보”를 표방한 가운데 3국 정상은 경제·통상 등 6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결과물도 채택할 계획이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23일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참여하는 3국 정상회의 개최 소식을 알리며 “이번 정상회의는 세 나라가 3국 협력 체제를 완전히 복원하고, 정상화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 국민 실생활과의 연관성 등을 감안해 중점 협력 분야를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3국 정상은 ▶인적 교류 ▶기후변화대응 협력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발전 도모 ▶경제·통상 ▶보건 및 고령화 대응 ▶과학기술디지털 전환 ▶재난 및 안전 등 6개 분야를 집중 논의한 뒤 결과물인 공동선언에 협력 의지를 담을 예정이라고 김 차장은 설명했다.
한·미·일 vs 북·중·러, 그 사이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2019년 12월(중국 청두) 이후 4년 5개월만에 열리는 것이다. 특히 바이든 미 행정부가 최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을 적극 활용하는 ‘격자형 안보 구조’ 구축을 가속화하는 시점에 성사된 것이라 더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한·미·일 및 미·일·필 안보협력, 오커스(AUKUS, 미·영·호 간 안보 동맹), 쿼드(QUAD, 미·일·인·호 간 안보 협력체) 등 다양한 소다자 협력체를 연계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에도 사실상 오커스 참여를 제안하는 등 한국 역시 격자 구조의 뚜렷한 씨줄과 날줄 중 하나로 부상 중이다.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 없는 한국 입장에서 한·중·일 협력의 가치가 더 커지는 이유다. 외교의 중심을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에 두되,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도 전략적으로 보다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는 다자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관계를 잘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빠진 축이 중국인데, 이번 정상회의가 주요 강대국 외교를 든든하게 완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정치·안보·군사 분야는 미·일 중심으로 가더라도, 한·중 관계를 통해 시장·경제 분야에서 챙길 수 있는 이익은 확실하게 챙기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北에 서열 3위, 韓엔 서열 2위 보낸 시진핑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관계의 기류 전환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과 리 총리는 26일 별도의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다. 김태효 차장은 “양국 간의 전략적 소통 증진, 경제·통상 협력 확대, 중국 내 우호적 투자환경 조성, 인적 문화교류 촉진, 한반도 정세를 포함한 지역 및 글로벌 협력”등을 논의한다고 밝혔는데, 주요 의제로 한반도 정세보다 소통과 경제 협력을 먼저 소개했다.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기회에 주목한다는 방증일 수 있다.
미국과 대립하는 가운데 이웃인 한국과의 관계 관리 필요성이 커진 건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3국 정상회의 발표 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회의가 3국 협력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호혜·윈윈을 더 실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방중(5월 13~14일)에서도 양측은 난관을 인정하면서 협력과 미래에 방점을 찍었다. 북한이 직후 “청탁과 구걸외교”(16일 박명호 외무성 부상)라며 극도의 경계심을 표출한 이유다.
이와 관련, 북한에는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방문하고(4월 11~13일), 한국에는 서열 2위인 리 총리가 오는 것 역시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한·일·중 정상회의에는 대대로 중국 총리가 참석하기는 했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더 우선시하는 의도를 보이기 위해 참석의 급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외교가에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국이 주재하는 정상회의에 중국의 고위급 인사가 참석한 만큼 윤 대통령의 방중에 보다 명분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국빈 방한 뒤 한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다시 한국에 오지 않았다. 그 사이 한국 대통령은 수차례 중국을 찾았다. 이에 또 한국 대통령이 먼저 방중하는 것은 의전상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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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는 젖혀두고 협력에 방점
다만 안보 사안에서는 의견 차이가 명확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러 간 불법 무기 거래 등도 논의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은 짧은 시간에 깨끗한 합의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운 주제”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에서는 원론적 수준의 문안 합의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이 자주 거론하는 남중국해나 대만해협 문제도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아예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3국이 4년여만의 정상회의에 합의한 만큼 미래지향적 협력을 중심에 놓겠다는 의지는 확실하다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구체적으로 6개 협력 분야를 특정해 논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당장 실질적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북핵 위협 등에 대해 중국과 이야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회의 개최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한·일이 많이 가까워진 만큼 중국이 섣불리 호응하지는 않겠지만, 향후 정상회의 정례화 등을 통해 동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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