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복리의 기적…쓰레기 소각장 들어섰는데, 사람들 몰린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있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소각장의 모습. 사진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제공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있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는 요즘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견학 신청이 끊이지 않는다. 소각·매립장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는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다. 안석봉 제주도청 환경자원순환센터 팀장은 “환경 명소로 소문이 나면서 작년 한 해만 지자체 등 173개 단체에서 3000여 명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쓰레기 처리 시설은 그동안 대표적인 혐오 시설로 인식되면서 추진될 때마다 주민들과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친환경 기술과 발상의 전환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는 랜드마크로 거듭난 곳들이 생기고 있다.

2019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과거 제주도는 관광객 증가와 인구 유입으로 인해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에 운영되던 소각·매립장에는 반입된 쓰레기가 처리되지 못하고 쌓이면서 쓰레기산이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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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소·주유소 이익 주민에게…“고향 떠났던 사람 돌아와”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있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소각장과 매립장을 갖추고 있다. 사진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제공

하지만,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의 소각·매립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폐기물 처리에도 숨통이 트였다.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는 제주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전량 처리할 수 있는 소각 시설과 소각재 등 불연성 폐기물을 묻을 수 있는 매립장을 갖추고 있다. 재활용 폐기물 역시 이곳에서 처리된다.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들어서면서 인근 마을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센터 측은 자녀를 둔 부모들이 싸게 들어올 수 있는 공동주택을 짓는 등 학교 살리기 사업을 진행했고, 지역 주민들도 직접 채용했다. 현재는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해 수영장과 찜질방 등의 주민편익시설을 짓고 있다.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서 지원한 청년주유소. 마을 청년회에서 운영한다. 사진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제공

각종 수익 사업이 생기면서 마을 경제도 살아났다. 특별지원금으로 만든 풍력발전소와 청년주유소의 수익은 마을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안 팀장은 “마을 청년회에서 운영하는 청년주유소의 경우 센터를 오가는 폐기물 차량이 많이 이용하다 보니 제주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매출이 많다”며 “수입이 많아지다 보니 이젠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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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기술로 악취 줄어…주민 공간으로 재탄생

덴마크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 사진 서울시 제공

최근 조성되는 쓰레기 처리 시설의 가장 큰 변화는 악취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생활쓰레기를 그대로 매립했지만, 이제는 소각한 뒤 남은 재만 매립하기 때문이다. 또 처리 시설을 지하화하고, 물놀이장이나 공원을 조성하는 등 인근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쓰레기 처리장이 관광 명소로 인기를 끄는 곳도 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 있는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 소각장은 오염물질 배출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친환경 기술을 적용하는 한편, 지붕을 따라 사계절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는 인공 슬로프를 만들었다. 그 결과, 한 해 53만 명이 찾는 코펜하겐의 랜드마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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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수도권매립지 공모…3000억 준다

쓰레기 처리 시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여전히 남아 있다. 환경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는 지난 3월 28일부터 6월 25일까지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매립지 3차 공모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유치를 신청한 지자체가 없다.

환경부와 수도권 광역지자체는 이전 공모보다 부지 면적을 줄이고, 매립지가 설치된 기초지자체에 주어질 특별지원금은 2500억 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렸다. 조건은 덜 까다롭게 하고, 혜택은 확대한 것이다.

공모를 위탁 수행 중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서용석 기획조정처 차장은 “과거에는 법에 근거한 주민 지원만 있었다면 앞으로는 시설 디자인부터 편익시설까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사업을 진행한다”며 “매립장 역시 소각재만 매립하기 때문에 악취나 환경 영향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