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1st] 알론소에게 한 방 먹인 가스페리니의 아탈란타, 전술적 승부수는?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아탈란타 감독은 강팀을 만들어 낸 전술적 1차 원칙, '앞과 뒤만 강화하자'를 잘 지켰다. 그 결과는 11명이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현존 최강팀' 바이엘04레버쿠젠 격파였다.
23일(한국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 위치한 아비바 스타디움에서 2023-2024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을 치른 아탈란타가 레버쿠젠에 3-0으로 승리했다.
하부리그 우승을 제외하면, 아탈란타의 각종 대회 우승은 116년 역사상 최초다. 기존에 보유하던 트로피는 1962-1963시즌 코파 이탈리아 우승 하나뿐이었다.
가스페리니 감독이 일군 팀의 전성기가 마침내 트로피로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1부와 2부를 오가던 아탈란타는 2011년 마지막으로 승격한 뒤 한동안 노장 선수들을 다수 영입해 노련미와 거친 수비로 겨우 생존했다. 그러다 2016년 가스페리니 감독 부임과 여러 영입 성공작이 맞물리면서 하위권을 벗어나 상위권으로 발돋움했다. 이후 이탈리아 세리에A 순위는 차례로 4위, 7위, 3위, 3위, 3위, 8위, 5위였다. UEFA 챔피언스리그(UCL) 에서도 최고 8강까지 진출했다.
지난 2년은 다소 헤맸지만 이번 시즌 후반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 방점이 이번 결승전이다.
가스페리니 감독의 선수 기용이 대성공했다. 원래 아탈란타는 3-4-1-2 포메이션을 쓴다.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 마르턴 더론이 부상으로 이날 결장하는데, 그 자리를 마리오 파살리치 등 대체자로 메우며 원래 대형을 유지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실제 라인업은 그동안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어 온 퇸 쾨프메이너르스를 후방으로 옮겨 더론의 자리에 배치하고, 공격자원 아데몰라 루크먼을 추가 투입하는 방식이었다. 단순히 보면 공격자원 한 명을 늘린 것이다. 이는 다소 수비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온 레버쿠젠과 정반대 접근법이었다.
공격 숫자를 왜 늘렸을까. 이는 기존의 3-4-1-2 포메이션에서 사실상 3-4-3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고 볼 수 있다. 평소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쾨프메이너르스는 중앙 지향적인 선수고, 측면으로 이동할 일이 있다면 주로 오른쪽으로 간다. 반면 루크먼은 윙어 성향의 선수이며 왼쪽 측면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수비할 때 아탈란타는 루크먼이 왼쪽 측면을 커버해 주는 3-4-3 형태로 전환할 수 있었고, 아예 루크먼이 오른쪽 미드필더고 선발 레프트백 마테오 루게리가 레프트백으로 내려가는 4-4-2 형태가 되기도 했다.
이로 인한 효과는 팀 전반적인 측면 커버 능력이 향상되면서 레버쿠젠의 윙백 중심 공격을 방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레버쿠젠의 가장 강력한 빌드업 루트는 왼쪽 윙백 알렉스 그리말도,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 플로리안 비르츠를 활용하는 것이다. 아탈란타는 공격형 미드필더 중 오른쪽으로 벌려서는 샤를 데케텔라러가 라이트백 다비데 차파코스타와 협력해 그리말도를 견제하고, 비르츠 혹은 그 뒤의 수비형 미드필더 그라니트 자차를 쾨프메이너르스가 견제하는 식이었다.
또한 아탈란타는 압박의 강도가 높았다. 시즌 내내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가 적다는 점을 장점으로 활용한 듯 보인다. 레버쿠젠도 최대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며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분산시켜 오긴 했지만, 많이 못 뛰다가 시즌 막판에야 상승세를 탄 아탈란타 선수들의 기동력과는 차이가 컸다.
공격수와 미드필더까지 7명이 압박하면 미드필더들과 수비진 사이의 공간이 빈다. 스리백의 발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는 건 어렵다. 또한 아탈란타가 선호하는 롱 패스가 장신 공격수나 발 빠른 루크먼에게 전달될 경우에는 공격진과 미드필더들 사이가 빈다. 이처럼 팀의 간격이 벌어지는 현상은 현대축구의 많은 팀들이 꺼리는 현상이다.
그런데 아탈란타는 가스레리니 감독 부임 이래, 간격이 벌어지는 걸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 팀이다. 오히려 서로 롱패스를 주고받으며 서로 부정확한 플레이가 교환되는 상황을 즐긴다. 주로 스리백을 유지하기 때문에 수비 숫자는 충분하며, 이날처럼 공격수를 세 명 넣으면 전방에도 숫자가 충분하다. 의도적인 혼돈을 그라운드에 야기시키고 거기서 이득을 얻는 것이 아탈란타의 방식이다.
서로 롱패스를 주고받게 만든다는 노림수는 두 번째 골 장면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아탈란타는 전반전 내내 강력한 압박을 가했다. 결국 레버쿠젠이 공격수를 향해 롱 패스를 날릴 수밖에 없었는데, 최전방에 전문 스트라이커가 아닌 단신의 윙어 아민 아들리를 배치했기 때문에 헤딩 경합에 불리했다. 아탈란타 수비수가 따낸 헤딩이 패스 한 번을 거쳐 바로 전방의 루크먼에게 이어졌다. 루크먼이 이를 마무리했다.
선발 라인업 싸움과 콘셉트 쌍무에서 이처럼 완승을 거뒀을 뿐 아니라, 교체 전략도 한 수 위였다. 레버쿠젠이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장신 스트라이커 빅터 보니페이스를 투입하자 아탈란타도 즉시 풀백 출신 센터백 세아드 콜라시나츠를 빼고 장신 전문 센터백 조르조 스칼비니를 넣었다. 이후 교체를 통해 점점 수비를 강화했으며, 중앙에 수비를 밀집시켜 레버쿠젠의 공격을 받아냈다. 레버쿠젠이 공격을 강화하려고 센터백 피에로 인카피에까지 전진시켰다가 공을 빼앗기자, 아탈란타가 순식간에 역습을 감행해 루크먼의 마무리로 경기를 끝내 버렸다.
맨 앞과 맨 뒤만 강하면 된다. 그리고 공격진 개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조합을 만들어 상대의 약점을 찌르면 '원포인트' 우세로 승리를 따낼 수 있다.
가스페리니 감독은 아탈란타의 1차 전성기를 이끌 때 파푸 고메스, 두반 사파타 등의 공격자원으로 이 축구를 보여줬지만 그 주역들이 떠나고 늙으면서 짧은 혼란기를 거쳤다. 하지만 레버쿠젠전 승리는 스카마카, 더케텔라러, 루크먼 등 새 공격조합이 누굴 만나든 부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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