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역정 뒷걸음질... 당신이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 이룰 것"

윤성효 2024. 5. 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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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금의 실천이 내일의 역사' 노무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 시민 5000여명 참석

[윤성효, 김보성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15년 전 서거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노무현재단은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특설무대와 묘역에서 15주기 추모식을 거행했다.

이날 추도식은 5000여명의 추모객들이 모인 가운데 "지금의 실천이 내일의 역사입니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 구절은 노 전 대통령이 2004년 12월 6일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교에서 했던 연설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정준희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추도식에서는 국민의례와 송기인 신부(천주교)의 추도사, 명계남 배우의 시민추도사가 이어졌다. 또 150인 시민합창단이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불렀고,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감사인사를 했다.

특히 명계남 배우가 시민추도사를 하자 일부 참가자들은 흐느끼기도 했다. 추도식을 마친 뒤에는 묘역 참배가 이어졌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묘역 열린 추도식에서 150명의 시민합창단이 가수 고 김광석씨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함께 부르고 있다.
ⓒ 김보성
 
정부에서 한덕수 총리, 홍철호 정무수석 등 참석

이날 추도식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진표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했고, 홍철호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이 함께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정청래·고민정·서영교·장경태·박정현 최고위원, 강득구·강선우·강훈식·곽상언·허성무 등 국회의원 당선인 150여명, 김두관·박용진·소병철·양기대·윤영덕·전해철·허숙정 의원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황우여 비대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최형두 경남도당 위원장이 참석했고, 정의당 김준우 당대표와 강은미 의원, 새로운미래 이석현 비대위원장,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와 윤종오 국회의원 당선인,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황운하·강경숙·김선민·김재원·김준형·박은정·신장식·이해민·정춘생·차규근 국회의원 당선인이 참석했다.

광역 지자체장으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관영 전북도지사, 강기정 광주시장이 참석했다. 또 영국에서 유학하다 잠시 귀국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함께 했다.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과 변광용 전 거제시장, 강석주 전 통영시장도 함께 했다.

권양숙 여사와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대표 등이 입장하자 묘역 입구에 있던 시민들은 손을 흔들거나 이름을 연호했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입장하자 일부 시민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묘역 열린 추도식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내빈으로 소개되자 시민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 김보성
 
"독단과 독선, 오만으로 소통이 막히고 정치가 실종"

송기인 신부는 추도사를 통해 "오랜 세월 이 땅의 민중이 피땀으로 이루어 낸 민주화의 찬란한 역정은 지금에 이르러 뒷걸음질하면서 홀대당하고 있습니다"라며 "권력을 가진 자들은 괴물이 되어 무한 탐욕의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댑니다. 독단과 독선, 오만으로 소통이 막히고 정치가 실종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송 신부는 "대통령께서 꿈꾸던,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존중받는 세상, 누구나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고르게 주어진 세상, 그러한 세상을 무도한 권력과 허망한 정치가 가로막았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잣거리의 무뢰배보다 못한 정치판이 좋은 삶을 무너뜨렸습니다. 당신의 꿈, 다 함께 잘 사는 대동의 세상을 이루지 못한 채 지금 이 자리에 선 우리는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라고 했다.

송 신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새롭게, 올곧게 거듭나려 합니다. 역사의 당당한 주체로서, 세상의 주인으로서 자세를 가다듬고 당신께서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을 이루겠다고 다짐합니다"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을 앞두고 23일 낮 150인 시민합창단이 참배와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 김보성
 
명계남 배우는 시민추도사를 통해 "대통령님 지낼 만하신가요? 우리 생각은 하시나요? 때때로 보고 싶지는 않으신가요? 그립기는 한가요?"라며 "괴로운 일을 당할 때면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내가 하는 선택은 당신이 매 순간 해야 했던 선택의 무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님이 남기신 말과 글을 수백 번 옮겨 쓰고 읽고 보고 듣고 다시 들여다보고, 그러고 나면 그러고 나면 마음이 좀 가라앉습니다. 그러면서 살아 볼 용기를 다시 내봅니다. 언제나 지금도 님은, 부족한 제게 삶의 기준이며 지표입니다"라고 했다.

정세균 이사장은 "불안하고 답답한 상황이지만 지난 역사가 증명했듯이 우리는 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을 믿습니다"라며 "굽이쳐 흐를지언정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역사의 진보를 향한, 느리지만 분명한 발걸음에 함께 해주시리라 굳게 믿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정 이사장은 "깨어있는 시민 여러분!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루지 못한 꿈 그 뒤를 잇는 여정에 함께 해 주십시오. '내일의 역사'를 위해서는 '지금 우리의 실천'이 필요합니다"라며 "통합과 상생의 정치,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 원칙과 상식이 승리하는 세상을 위해 함께 힘을 보태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요청했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묘역에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 김보성
 
시민들 묘역 참배도 이어져

이날 시민들의 묘역 참배도 줄을 이었다. 시민들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국화를 들고 참배하기 시작했고, 아들 노건호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먼저 오전 9시에 참배했다. 재단측은 이날 오후 1시경부터 추도식이 열리는 동안 시민참배를 중단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박병희(81, 창원)씨는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하는 정치를 보면 그 분이 더 그리워진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그 분의 업적이 더 빛나는 것 같다"라며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록 가운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말이 더 생각난다. 오늘만이 아니더라도 늘 떠올리게 된다"라고 말했다.

변광용 전 거제시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며, 대통령께서 내세웠던 사람사는 세상이 더 생각난다. 아직도 먼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더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다짐한다"라고 말했다.

친구 다섯명과 함께 왔다고 한 심아무개(25)씨는 "가끔 와서 참배했던 적이 있고 추도식에 오기는 처음이다"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시민을 위한,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노무현재단은 추도식장에 의자 2500여개를 마련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좌석에 앉지 못하고 언덕 나무 밑에서 추도식을 지켜보기도 했다. 노무현재단은 참석자들을 위해 종이모자 3000여개, '노사모'는 떡 3000여 봉지를 준비해 나눠주었다. 추도식에는 시민 5000여명이 참석했고, 이날 전체 참배객은 1만 2000여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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