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 공백기 반년… 김대겸이 말하는 KDL의 길
[박해민 기자]
▲ 김대겸 해설위원 |
ⓒ 박해민 |
국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가 지난해 서비스를 종료하며 18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후속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아래 드리프트)'가 이어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카트라이더 리그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아래 KDL)'로 전환됐다.
그리고 여기, 카트라이더와 긴 레이스를 함께해 온 사람이 있다. 김대겸 해설위원이다. 2005년 Cokeplay 카트라이더 1차 리그 우승자 출신인 그는 2007년부터 카트 리그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다. KDL로 리그가 전환된 후에도 여전히 중계석에서 시청자의 즐거움을 위해 노력하는 김대겸 해설. 넥슨이 재정비를 위해 올 상반기엔 KDL 개최 예정이 없다고 밝힌 가운데, 14일 논현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길어지고 있는 리그 공백기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경기장에서 재밌게 놀다 가는 팬들 모습 고마워"
- 2023년 12월 2023 KDL이 마무리된 지 벌써 반년이 지났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게임 해설 말고 행사 진행도 종종 했어요. MC를 하며 새로운 시즌이 열릴 때까지 버티고 있네요. 고민할 때가 온 거 같기도 해요. 예전에도 다른 게임을 해야 하나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카트만 해도 스케줄이 많아서 카트 리그에만 집중했었거든요. 그래도 저와 카트라이더 선수들이 옛날부터 끈끈한 사이라 같이 오손도손 버텨나가는 중이에요."
- 지난 3월 이벤트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슈퍼매치'가 열렸어요. 비하인드가 있을까요?
"섭외 연락이 왔었는데 형독이 같이 한다더라고요. 보통 인플루언서가 함께 하면 인플루언서가 중심이 되어 기획하는 게 대부분이라 형독이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당일 형독과 얘기해 보니까 아프리카 측 담당자님이 열정적으로 기획을 하셔서 대회를 열어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카트를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걸 느꼈어요."
김대겸 해설은 슈퍼매치를 '모두의 니즈가 하나로 맞아떨어져 열린 경기'라고 말했다. "제가 방송에서 '어른들의 세계'라고 많이 얘기하는데, 행사가 열리려면 하나라도 어긋나면 안 돼요. 슈퍼매치를 준비할 때 모두가 '오랜만에 팬들 만나러 가자'는 마음으로 모였어요."
최근 KDL 공식 유튜브에서 진행한 생방송 '더라이브'도 4회 차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김대겸 해설은 "더라이브를 위해 온오프라인으로 회의가 20번 정도 열렸다"고 했다. 기획이 순탄히 진행되지 않던 중 드리프트의 'RISE' 대규모 업데이트가 유저들에게 반응이 좋았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회의했던 모든 걸 엎고 일단 생방송을 켰다. 고정 출연진으로는 김대겸 해설과 박인재 분석위원이 함께했다. 1회차 게스트로 '카트 황제' 문호준 선수가 먼저 섭외됐다. 게임에 가장 진심인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고민한 끝에 배성빈 선수도 이어서 합류했다.
"담당 피디님이 항상 열정적이세요. 그분이 저희한테는 김태호고 나영석이에요. 또 출연자들도 섭외 연락을 하니 바로 좋다고, 무조건 시간을 빼서 오겠다고 했어요. 계속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였는데 반응까지 좋아 감사했죠."
- 해설자이기 전에 프로게이머 대선배로서 리그에 좋은 영향을 주는 거 같아요.
"팬들이 응원하는 선수의 '덕질'을 할 수 있는 포인트를 잡으려 노력해요. 리그가 열린다고 단순히 대회만 치르는 게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 팬들이 어떤 부분을 좋아해 주실지 작가들과 얘기 많이 해요. 팬서비스나 퍼포먼스도 주입식 교육이라 느낄 정도로 선수들에게 말하고요. 이제는 선수들도 어떻게 해야 팬들이 더 좋아할지 생각해요. 경기장엔 게임을 좋아하는 팬뿐 아니라 선수들이, 리그가 좋아서 오시는 팬도 있거든요. 선수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경력이 오래된 선수들도 잘 따라주다보니 신인 선수들도 이런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배워요. 팬들도 이런 경기 외적인 모습을 보고 조금 더 마음을 열어주신다고 생각해요."
▲ 왼쪽부터 김대겸 해설위원, 성승헌 캐스터, 정준 해설위원 |
ⓒ KDL 공식 인스타그램 |
- 해설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2019 시즌1 때 경기장에 입장하려고 전날부터 기다리는 분들이 있었어요. '이게 우리 리그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승전도 야외무대에서 치렀어요. 이전에 리그 암흑기가 왔을 때 경력이 오래된 선수들과 '어떻게 우리가 잘될 수 있을까?'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얘기했던 것들이 그때부터 조금씩 다 이뤄졌어요. 제가 우승했던 날보다 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그는 2019 시즌1을 떠올리며 "자고 일어날 때마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갑자기 늘어난 관중을 수용하기 위해 기존 경기가 열리던 넥슨 아레나가 아닌 대규모 행사장을 대관해 결승전을 열어야 할지 모두가 고민이 깊었다고. 당시 리그를 담당하던 PD가 '리그를 성공시킨다'는 일념으로 잠도 못 자면서 준비한 끝에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결승전은 광운대학교 동해문화예술관에서 열렸다. 예매 시작 1분 만에 1600석가량 되는 좌석이 매진됐다.
"선수들이 잘 따라줬고, 게임사, 방송국도 상황을 빠르게 캐치해주고, 무엇보다 마지막 톱니바퀴인 팬들이 함께해주셔서 완벽하게 완성됐어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거예요."
- 중계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경기 시작 전 로딩화면이 송출될 때가 중계진에겐 한숨 돌리는 시간이에요. 그런데 팬들은 그때가 응원하는 선수에게 에너지를 전달할 시간이라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쳐요. 본인들이 이기고 지는 것처럼 이입해서 열심히 응원해 주세요. 그런 팬들을 중계석에서 바라보며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해요."
KDL은 하루에 3경기가 진행된다. 당일 경기를 예매한 관람객은 3경기를 전부 관람할 수 있다. 김대겸 해설은 이에 "중계진이 더 열심히 하면 응원하지 않는 팀의 경기도 끝까지 지켜 봐주시지 않을까 싶어서 더 노력해요. 특히 아마추어팀 경기에서 분위기를 더 끌어올리려 하죠. 강팀을 만나면 질 확률이 높은데도 경기장에서 재밌게 놀다 가는 모습이 고마워요. 많은 분이 더 관심 가지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 과거 카트라이더의 장점은 직관성과 낮은 진입장벽이라고 하셨는데,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만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솔직히 지금도 찾는 중이에요. 프리시즌과 정규시즌을 거쳤는데도 비시즌이 길어진다는 건 매력을 다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원작 카트는 출시한 지 20년이 된 게임이라 분명한 단점이 있었지만, 장점을 극대화해 리그로 끌고 나갈 수 있었어요. 긍정적인 건 'RISE' 업데이트로 아이템전이 바뀌면서 이게 경기에서 어떻게 보일지 고민할 수 있게 됐다는 거죠. 리그에서 중요한 건 관전이기에 추후 업데이트나 옵저버 모드가 나오면 더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 드리프트 리그는 언제쯤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요?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게임의 퀄리티를 끌어 올릴 타이밍이에요. 방송인으로서 비시즌이 길어지는 게 아쉽지만 우리가 이 매력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 여러분을 만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KDL 프리시즌과 정규시즌 때 팬들이 지금 우리 리그가 재밌어서 응원을 해주신 건지 생각해보면 저는 반반이었다고 보거든요. 이제는 의리도 의리지만 정말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단계가 됐을 때 팬들을 찾아가는 게 맞지 않을까요?"
- 마지막으로, 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비시즌이 얼마나 갈지 저조차도 정확히 모르는데 여전히 기다려주시는 팬들에겐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죠. 잊지 않고 기다려주신다는 건 저희한테 기대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조금만 더 죄송할게요. 저희 아직 다 포기 안 했거든요. 넥슨 e스포츠팀도, 저희 중계진도 마찬가지예요. 성승헌 캐스터와는 종종 연락하며 요즘 상황이 어떤지 얘기하고 있어요.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포기하지 않았어요.
다시 한번 죄송스럽지만 기다려 주신다면 달라진 모습으로 찾아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리그로 빠른 시일 내에 못 찾아간다면 지난번 더라이브 같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다시 한번 놀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는 항상 그 자리에 있을 테니, 여러분들도 우리 주변에 있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게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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