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부터 7대째 물질” 제주해녀 103명 생애사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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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세 이희순 할머니는 61년간 물질을 해 온 현직 해녀다.
이 할머니의 딸까지 7대째 해녀 일을 이어왔다.
일제강점기 일본과 남양군도에서 태어나 고향으로 귀국한 해녀 이야기도 담겼다.
정재철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고령 해녀들의 삶의 기록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제주해녀문화가 미래 세대에게도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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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세 이희순 할머니는 61년간 물질을 해 온 현직 해녀다. 이 할머니의 딸까지 7대째 해녀 일을 이어왔다. 첫 물질은 17세 때였다. 학교를 못 다닌 게 한이 돼 시내에서 양재학원을 다녔는데 학원에 다니다가도 물때가 되면 집이 있는 북촌리(제주시 조천읍)로 돌아와야 했다. 옛날엔 전부 미역, 우미, 톨 채취라 시기를 놓치면 물질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74년도까지는 물적삼과 물소중이만 입고 물질을 했다. 물옷은 얇아서 여름에도 추웠다. 이듬해 고무 옷이 나왔다. 마을에선 찬반이 엇갈렸다. 돈이 있는 사람만 맞춰서 입을 수 있는 옷이기도 했고, 고무 옷을 입어서 한꺼번에 물건을 많이 채취하면 바다생물이 빨리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중재안으로 깊은 곳에 가는 사람만 고무 옷을 입기로 했다. 1980년부터는 누구나 고무 옷을 입는 것으로 통일되었다.
22살에 외항선을 타는 사람과 결혼해 아이들을 낳았다. 술을 좋아한 남편이 49세에 간경화로 죽고, 43세부터 홀로 아이들을 키웠다. 해녀들은 물에서 아이를 낳기도 하고, 배에서 낳기도 했다.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젖이 불어도 아기에게 주지 못하고 짜서 버려야 할 땐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해삼은 1~3월까지 채취한다. 6~7월에는 성게를 잡고,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소라 물질을 한다. 물이 센 날은 피하고, 비 오고 바람 치는 날 빼면 한달에 10일 정도 일한다. 물질 외에 밭농사도 병행하는데 이 할머니는 주로 마늘, 유채, 보리, 콩을 재배했다. 삶은 고됐지만 바다가 있어 아이들을 키워낼 수 있었다.
제주도가 1940년대 전후 출생한 80세 고령 해녀의 일생을 조사한 생애사 조사보고서 ‘ᄌᆞᆷ녀 아니 댕기믄 바당 엇어져 갈거(해녀가 다니지 않으면 바다는 없어진다)’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추자 우도 가파 등 도서지역 어촌계를 총망라한 도내 103개 어촌계 소속 해녀 103명의 생애사를 조명했다.
유년시절 물질을 시작하게 된 사연과 결혼, 출산, 제주도 외 지역에서의 바깥 물질 생활, 해녀공동체, 바다 생태계, 해녀의 신앙 의례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조사 대상 해녀의 평균 연령은 84세이다. 90세 이상이 9명, 최고령은 95세다.
보고서는 해녀 한 명 한 명의 생애를 개별 이야기로 엮어 쉽게 읽힌다.
일제강점기 일본과 남양군도에서 태어나 고향으로 귀국한 해녀 이야기도 담겼다. 8·15광복, 제주4·3,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격동기도 엿볼 수 있다.
부록으로 구술자 103명의 쉼터이자 작업장인 해녀탈의장 사진을 실었다.
해녀 생애사를 대규모로 자료화 한 보고서 발간은 2014년 이후 10년 만이다.
제주해녀는 1970년대 1만4000명에서 2022년 3226명으로 감소했다. 현직 해녀 중 70세 이상이 60%를 차지한다.
읍면동으로는 구좌읍이 768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성산읍 354명, 한림읍 335명 순이다.
정재철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고령 해녀들의 삶의 기록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제주해녀문화가 미래 세대에게도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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