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도전 명분 퇴색시킨 이대성, '진정성' 논할 자격 있나
[이준목 기자]
'한국 복귀와 꼼수 이적' 논란에 휩싸인 농구선수 이대성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자신을 배려해준 원소속팀에서 책임을 전가하는 이대성의 변명은 팬들 여론만 악화시키는 자충수가 됐다.
▲ 농구선수 이대성이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삼성 입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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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1년전인 2023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대성은 가스공사 소속으로 2022~2023시즌을 마친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다. 만약 이대성이 KBL 내 다른 구단으로 이적했다면, 가스공사는 이대성 보수의 200%인 보상금 11억원 혹은 보상선수 1명과 보수의 50%인 보상금 2억75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성은 가스공사에 해외진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가스공사는 이대성이 최소한 2년은 해외 무대에서 경쟁해볼 것이라던 이야기를 믿고 계약 미체결에 구단의 선수 소속권을 보장하는'임의해지' 조치도 없이 선수를 풀어줬다고 주장한다. 만일 가스공사의 협조 없이 이대성이 독단적으로 해외진출을 강행한다면 5년간 국내 복귀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성은 당초 목표했던 호주 진출이 여의치 않자 일본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해 7월 일본 B리그 시호스즈 미카와와 아시아쿼터로 계약하며 한 시즌을 뛰었으나, 그리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문제는 그 다음의 행보였다. 예상보다 이른 1년 만에 국내 복귀를 선언한 이대성은 친정팀 가스공사가 아닌 삼성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대성의 말만 믿고 안전장치도 걸어놓지 않았던 가스공사는 결국 보상금 한푼 받지 못하고 이대성의 '시간차' FA 이적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만봐야하는 처지가 됐다. 가스공사로서는 이대성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이대성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과연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하여 이대성이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을지 팬들의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대성의 변명은 안하느니만도 못한 자충수였다. 이대성은 일단 "한국가스공사가 내 선택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을 통감하고 있다. 가스공사 구단과 팬들에게 도의적으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책임을 인정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속내는 달랐다. 이대성은 "내 기준에서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진정성 있는 오퍼가 없었다고 판단했다"며 삼성행을 선택한 이유를 가스공사의 탓으로 돌렸다. 이대성의 주장에 따르면 삼성 입단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가스공사의 첫 오퍼는 지난 20일(FA협상 마감 하루전)에야 나왔고, 이대성은 이를 진정성 있는 오퍼라고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다른 핵심 쟁점인 해외진출과 임의해지 문제. 이에 대해 이대성은 "내가 가스공사에 임의 해지를 먼저 말씀드렸지만, 구단이 위험부담이 크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최근 일본 구단과의 계약과 한국 복귀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가스공사와도 대화를 나눴고 (자신의)상황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삼성 입단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포인트 가드로서 뛸 수 있는 자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가스공사는 새롭게 시작하고 좋은 가드 선수들도 많아 타이밍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대성이 KBL FA제도의 허점을 악용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해외진출은 내가 첫 번째 사례다. 자칫하면 5년 동안 국내에 돌아올 수 없는 위험을 안고 내린 결정이었다"라며 "현재의 제도에서 좋은 방향으로 진출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당시 해외진출은 진심이었고, 이러한 상황을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가스공사 측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가스공사는 "우리는 이대성 선수의 FA 공시 사실을 기사를 통해 접했다"라고 항변했다.
이는 자칫 사전 템퍼링(소속팀이 있는 선수가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다른 구단과 사전 접촉을 하는 것) 의혹으로 KBL의 징계를 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또한 이대성은 삼성 구단 측에 가스공사에 대한 보상을 논의해보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아무말 대잔치에 불과하다. 법적으로 삼성이 가스공사에 보상을 해줘야하는 의무는 없다. 기자회견 직후 삼성 구단 측도 "논의한 적이 없는 선수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무엇보다 이번 이대성 사태로 한국 선수들의 해외진출에 대한 진정성이 훼손되었다는 것은 가장 안타까운 대목이다. 농구는 다른 종목에 비하여 해외무대나 선진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이 드문 상황이다. 선수의 재능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구단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도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 이대성 관련 논란으로, 앞으로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선수들에게 구단이 안전장치를 빙자하여 각종 제도적 족쇄를 채우겠다고 할지라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농구팬들의 여론도 들끓고 있다. 보통 구단과 선수간의 갈등이 벌어졌을 때는 어느 정도 반응이 갈리기 마련인데, 이번 사건의 경우 이대성을 옹호하는 여론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대성은 이번 사건으로 당장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신의'를 잃었다. 지금이라도 이대성은 가스공사 구단과 농구 팬들에게 더 이상 구차한 변명이 아니라 진정성있는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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