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믿고 우리 못 살게 괴롭힌 애" 홍준표는 왜 한동훈을 비판하나
대선 후보 급부상 韓 견제 이유 커
"洪, 탄핵 이후 아픈 기억 떠올랐을 것"
"문재인 믿고 우리를 그렇게 못살게 괴롭힌 어린 애(아이)에게 또다시 점령당하란 말인가" (5월22일)
"총선을 말아 먹은 애한테 또 기웃거리는 당내 일부 세력들을 보고 당은 가망이 없다고 보았다" (5월21일)
"문재인의 사냥개 되어 우리를 지옥으로 몰고 간 애 밑에서 배알도 없이 또 정치하겠다는 건가?" (5월16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토해낸 날 선 메시지의 종착지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홍 시장은 3주에 걸쳐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1일 한 전 위원장을 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지자 홍 시장은 더욱 예민하게 반응했다. 지난 16일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궤멸된 당을 이끌고 무망하던 탄핵 대선을 치를 때 보여줬던 보수 언론들, 유세 현장에서 갖가지 모욕과 수모를 받았던 일도 잊을 수 없다"면서 "당대표 하나 맡겠다는 중진 없이 또다시 총선을 말아 먹은 애한테 기대겠다는 당이 미래가 있나"며 비난했다. 급기야 21일에는 "검찰 정치로 2년 동안 혼란이 있었는데 또 검찰에 기대어 연명하기를 바라나"면서 "박근혜 탄핵 때 없어져야 할 당을 살려 놓으니 지금도 정신 못 차리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더이상 자신 없으면 당 해체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좋지 않나"면서 비판 강도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는 홍 시장이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는 대선주자로 부상한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5월 2주 조사에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 대한 질문(자유 응답)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 한 전 위원장은 17%로 나타났다. 직전인 4월 3주 조사와 비교하면 이 대표는 1%포인트 떨어졌고, 한 전 위원장은 2%포인트 올랐다. 해당 조사에서 홍 시장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각각 3%를 얻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7%)보다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조사로 진행됐고, 응답률 11.2%에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나와서 당을 완전히 장악해 버리면 대통령 후보 경선을 할 때 얼마나 불리하겠느냐"며 "가능하면 견제해서 일단은 못 나오게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 핵심 지지층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에서 한 전 위원장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당내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8~9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48%를 얻어 압도적인 결과를 기록했다. 이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13%, 나경원 동작을 당선인 11%, 유승민 전 의원 9%, 안철수 의원 6%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무작위 추출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당 지지층까지 돌아섰기 때문에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는 홍 시장의 발언은 본인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의 정치 경력을 과시하기 위해 한 전 위원장을 정치 신인으로 보고, 아이의 준말인 '애'로 지칭한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홍 시장의 한 전 위원장 비판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친윤(친윤석열)'계의 속사정도 복잡해졌다. 한 전 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하면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 시장의 한 전 위원장 비판이 날로 세지자 친윤계 의원들은 홍 시장을 비판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연관성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박수영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시장님, 더 빨리 나가셔도(탈당해도) 좋다. 아무도 안 따라 나갈 것"이라고 썼다. 이철규 의원도 한 방송에서 "당에 분란이 오는 그런 말씀들은 이제 조금 줄여주셨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홍 시장 측 관계자는 최근 홍 시장의 발언과 관련해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견제도 있지만, 당이 어려울 때 고생했던 심정이 일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석준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2017년도 문재인 정부로 바뀌고 소위 말하는 적폐 청산으로 저희 당 진영에 많은 사람이 탈탈 털리고 또 수사하는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할 때 당대표를 하고 그렇지 않았나"며 "그렇기 때문에 그런 어떤 측면에서 과거의 아픈 기억이 좀 이렇게 살아나서 홍 시장 특유의 사이다 발언을 좀 세게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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