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상속 컨설팅으로 유산 싸움 방지해드려요"
700만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들은 대부분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제는 돈을 벌기보다 갖고 있는 자산을 써야 할 때. 몸은 한두군데씩 아파오고, "내가 죽으면 자산을 어떻게 하나" 고민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법무법인 원'이 최근 상속과 증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법률?세무 문제부터 법률분쟁까지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헤리티지 원(Heritage ONE)’을 출시한 계기다.
법무법인 원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기업 상속·승계 사건에서 활약하며 전문성을 키운 로펌이다. 2012년 이건희 삼성 회장과 형 이맹희 씨 간 상속 분쟁, 2016년 고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 사건, 2019년 한진가 3세들의 경영권 분쟁, 태광그룹 상속 사건 등을 맡았다. 이외에도 대기업과 중견기업 소유주, 자산가들의 상속분할, 유류분, 재산분할 사건 등 수많은 소송을 담당해왔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윤기원(64) 법무법인 원 대표는 "한 사람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는 죽음 이후에도 계속돼 남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며 "헤리티지 원은 단순한 재산관리 차원을 넘어서, 품격 있는 유언, 상속과 추모의 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속 특화 서비스를 내놓아야겠다고 판단한 계기가 궁금하다.
▲은퇴하는 시니어가 점점 늘고 있다. 나도 60대라 주변 친구들이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더라. 재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미 있게 사용하는 일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죽은 후에 재산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특히 죽은 후 남은 가족이 싸울까 봐 걱정돼 미리 준비하려는 수요가 있다. 직접적인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상속 때문에 내 형제와 멀어졌지만, 내 자식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다. 상속을 둘러싼 갈등으로 가족들의 사이가 멀어지고, 심지어는 원수처럼 등을 돌리는 일을 자주 보게 되는데, 자신의 사후에 재산으로 인해 가족끼리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기존에 변호사들이 많이 하는 상속·증여 계획, 상속 분할, 유류분 소송 이외에도 유언을 통해 죽음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법률관계를 미리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 갑작스러운 치매나 질병 때문에 의사능력의 제한이 생길 경우에 대비한 후견 계약, 유언의 집행, 공익법인의 설립이나 기부 등에 대한 종합적인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이 있거나, 해외 재산이 있는 경우, 해외에 거주하면서 국내 재산을 관리해야 하는 경우 등 국제 상속과 관련된 문제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서비스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일정한 재산을 가진 고객이 찾아오면 상담·컨설팅을 해준다. 어떻게 유산을 정리할지 결정을 다 해두고 단순히 절세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면 상속 전문 세무사를 찾아가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계획까지 다 짜주는 서비스를 한다는 거다. 사는 동안 얼마나 증여할지, 자식에게 다 줄지 공적인 데 기부할지, 유언장을 작성하고픈데 내용은 어떻게 써야 할지, 집행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우리가 맞춰서 다 해드릴 수 있다는 거다.
-비용을 내면서까지 상속 설계를 원하는 자산가가 많을까.
▲최근 몇 년 새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세대교체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넓혀봤을 때 비슷한 세대교체가 현상이 지금부터 5~10년 사이 계속해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또 과거 우리나라의 급속 성장기에 부동산을 샀던 어르신들이 많은데,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이분들이 몇십 억대 자산가가 됐다. 이분들의 연령대가 70·8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당분간 상속 문제가 예전보다 훨씬 많이 집단적으로 늘어날 거다.
-지난달 미국에서 한국 교민 대상으로 상속설계 세미나를 진행했다고. 어떤 세미나였나.
▲상속 증여 시 법적인 절차와 쟁점을 주제로 열었다. 샌디에이고와 LA에서 각각 50명 정도 참석했다. 우리 로펌 소속 세무사와 변호사가 가서 한국과 미국의 상속법, 유언공증, 유류분제도를 비교해가며, 어느 나라 상속법에 따라 어떤 절차로 상속이 이뤄지는지와 한국의 상속재산 재산조회와 신고·반출까지 일련의 절차를 알려줬다. 196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 가서 눌러앉으신 분들이 지금 80·90대다. 이분들은 한국에 갖고 있는 재산도 있어 처리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인데, 이러한 수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마침 이 부분에 관심 갖고 있는 현지 회계법인이 있어서, 같이 세미나를 연 거다.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한미 양국에 있는 재산의 상속, 증여를 둘러싼 세무 처리 문제로 고민하는 한국 교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들어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도 행사를 열 예정이다. 참석한 분들이 세미나가 끝나고 즉석에서 상담을 요청하고 예약하는 등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변호사와 세무사가 공동으로 설명회를 진행하는 일은 자주 없다고 하더라.
특히 국제상속은 나라마다 세율도 다르고, 법도 다르기 때문에 어떤 법률을 적용할지에 대한 문제가 복잡해서, 해당 국가 전문가와 공동으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분야다. 해외 거주민이 늘어남에 따라 국제 상속 증여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이 분야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속 트렌드가 계속 변모하고 있다. 어떤 부분에 주목하나.
▲지금 60대는 과거와 달리 자녀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며 인생을 즐기는 세대다. 자산관리나 절세 등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대책을 마련했지만, 보다 의미 있게 삶을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재산 전부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제3자나 공익단체에 증여하기를 원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죽으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법정 상속이 아니라, 본인의 의사를 반영한 상속 설계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유언장 작성 과정부터 고객이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상속·증여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후견 업무, 사후 유언집행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법률서비스를 하려고 하는 거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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