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마리 중 9마리만 살았다…강아지 사체 뒹구는 '죽음의 보호소'
지난 12일 경상남도 산청군에 있는 동물보호센터. 초록색 가림막이 펜스를 담장처럼 두르고 있는 센터 앞에 도착하자 십여 마리의 개가 짖기 시작했다. 대문 틈으로 들여다보니 그늘 한 점 없는 넓은 마당에 11마리의 중형견이 쇠줄에 바짝 묶인 채로 숨을 헉헉댔다. 펜스 바깥을 따라 다가가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불시 점검해보니 마당에 강아지 사체”
101마리는 센터에서 지내다가 결국 안락사 처리됐다. 자연사한 건 4마리였다. 나머지 20마리는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보호 중’으로 표시돼 있지만, 산청군청 관계자는 “전부 안락사 또는 자연사했는데 아직 공고를 수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센터의 위치 역시 공식 기재된 주소지에서 3㎞가량 떨어진 곳에 있어 찾아가기조차 쉽지 않았다.
비글구조네트워크 김세현 대표는 2년 전 이 센터를 불시 점검할 당시 마당 구석에 죽은 채 방치된 강아지 사진을 보이며 “사체가 나뒹굴고 개들은 더러운 곳에서 짧은 줄에 묶여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동물은 돈, 안락사비 지원받고도 고통사 비일비재”
농림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전국 239개소의 동물보호센터 중 위탁 센터는 171개소(71.5%)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위탁 센터 안락사·자연사율이 직영 센터보다 월등히 높다고 주장한다. 보호센터의 평균 입양률은 27.5%, 안락사·자연사율은 43.7%인데, 그동안 단체들이 고발한 위탁 센터들은 안락사·자연사율이 90%를 넘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경남 밀양시 위탁 동물보호센터에서는 수의사가 37마리의 개를 마취제 투여 없이 ‘고통사’에 이르게 하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밀양시 지원 안락사 비용은 마리당 3만원인데, 마취제를 빼면 마리당 2만원 이상 남는다. 김세현 대표는 “동물을 돈으로 보고 안락사비를 지원받고도 고통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고성 위탁센터는 과거 보호 동물의 80%를 고통사한 것으로 확인됐고, 이후 직영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위탁 센터 담당자들은 유기견이 계속 늘어나는데 예산은 부족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역 수의사이자 산청 동물보호센터장인 A씨는 “유기견이 갈수록 늘어 센터는 언제나 포화 상태고, 보호 기간이 평균 두 달인데 (연 80마리 한도의) 관리비는 오히려 부족하다”고 말했다. 안락사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산골에 버리고 가는 유기견들은 아프거나 다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는 위탁 센터가 실제 입양을 위한 보호와 돌봄을 제공하지 않고 지원금을 대부분 남긴다고 주장했다. 산청군 위탁 동물보호센터의 경우 각종 센터 운영 지원금 외에도 보호 동물 한 마리당 포획비 7만원, 관리비 21만원(15일 기준), 치료비 6만원, 안락사비 5만원, 사체처리비 5000원(10㎏ 기준), 분양유기견 미용지원 3만원을 받는다.
이 센터 문제를 조사해온 박주현 한국동물복지구조협회 이사는 “센터에 사람이 대부분 없고 물에도 녹색 이끼가 끼어 있을 정도라 지원금을 어디 쓰는 지 알 수 없다”며 “같이 구조된 경우도 어미는 공고에 올라오는데, 입양이 잘 될법한 새끼는 올라오지 않고 어떻게 처리했는지 밝히지 않는 등 불투명하게 일처리를 한다”고 말했다.
동물복지 관심↑ 주민들이 센터 직영화 요구
최근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경기도 하남에서는 주민들이 지자체에 동물보호센터 직영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위탁 센터가 보호 동물을 유실하고 보고를 제때 하지 않는 등 관리를 소홀히 해 높았던 입양률이 하락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하남시는 지난 1일 해당 센터와 위탁 계약을 해지했다.
산청=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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