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A, 유럽리그 시즌 종료만 기다리나…‘주장’도 답답
최근 난항을 겪고 있는 축구대표팀 정식 감독 선임과 관련해 주장 겸 에이스 손흥민(32·토트넘)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토트넘 선수단을 대표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흥민은 현장 취재진으로부터 축구대표팀 차기 감독 인선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손흥민은 “내 역할은 (감독을) 뽑는 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이라며 멋쩍게 웃더니 “대표팀에 성공을 가져다줄 적임자를 찾으려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실패의 책임을 물어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을 해임했다. 이후 국가대표팀 전력강화위원회(위원장 정해성) 주도로 새 감독 선임 작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3개월이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도 이렇다 할 적임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당초 3월 A매치에 앞서 정식 감독 선임을 완료하겠다던 강화위원회는 촉박한 일정을 들어 ‘6월 A매치 이전’으로 감독 선임 시점을 한 차례 연기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못했다.
복수의 해외 감독들과 협상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절차와 결정으로 적잖은 부작용도 낳았다. 파리올림픽 본선을 준비 중이던 황선홍 올림픽팀 감독을 무리하게 3월 임시 감독으로 앉혔다가 ‘올림픽 본선행 실패’라는 참사를 빚은 게 대표적이다. 이후 제시 마쉬(미국), 헤수스 카사스(스페인) 등 해외 지도자들과 접촉했지만, KFA가 제시한 조건이 언론에 미리 보도되는 등 어설픈 진행으로 인해 협상이 모두 틀어졌다. 사실상 감독 인선 작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손흥민은 국내파와 해외파 감독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는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다. 전적으로 KFA가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국내 감독의 경우 한국 문화를 잘 알지만 (세계축구 흐름과 국제대회 관련)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고 뼈있는 한 마디를 보탰다.
강화위원회도 외국인 감독에 여전히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독 선임 시점을 ‘9월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직전’으로 다시 늦춘 건 유럽리그 시즌 종료와 맞물려 중량감 있는 지도자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에 대비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K리그 감독을 역임한 베테랑 축구인은 “미리 정한 타임 테이블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감독을 선임하는 대신 일정을 연기한 강화위원회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3개월 가까운 시간을 확보한 만큼 이번 기회에 강화위원회도 개편해야 한다. 파리올림픽 본선행 실패 등 여러 불상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인사들을 교체해야 축구 팬들로부터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FA는 다음 달 A매치 2경기(6일 싱가포르전·11일 중국전)는 일단 김도훈 전 울산HD 감독 대행 체제로 치른다. 김 감독을 보좌하기 위해 박건하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과 최성용 전 수원삼성 감독, 조용형 전 축구대표팀 코치 등이 코칭스태프에 합류했다. KFA는 오는 27일 다음 달 A매치에 참가할 선수 명단을 발표한 뒤 다음 달 3일에 인천공항에서 선수단을 소집해 곧장 싱가포르로 출국할 예정이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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