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공매도 재개는 이복현 개인의견”…또 정책 엇박자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두고 대통령실과 금융감독기구가 엇박자를 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브리핑에서 “공매도에 대해 정부는 일관된 입장”이라며 “불법 공매도 문제를 해소하고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 공매도는 재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투자설명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에 공매도 거래 일부를 재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것에 대해 용산의 입장을 묻자 나온 답변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원장의 발언은 개인적인 희망이라는 표현, 그런 정도로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공매도를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은 ‘(이 원장의) 개인적 희망’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 원장의 발언은 희망이라기엔 구체적이었다. 당시 이 원장은 투자 설명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밸류업(가치 제고)을 추진하는 정부와 당국이 공매도 금지 상태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후 기자들을 만나 6월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며 “법 개정 없이 시행령으로 공매도를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간 조율을 거쳐야만 나올 법한 발언이었다.
애초 정부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던 터라 이 원장 발언 이후 “공매도 6월 재개 가능성”이란 보도가 쏟아졌다. 특히 검찰 시절부터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였던 금융감독기구 수장의 발언이라 그에 더욱 힘이 실렸다. 공매도는 특정 기업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 거품에 경고 신호를 주고, 특정 세력의 시세 조종을 억제하는 등의 순기능이 많지만, 대다수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불법 무차입 공매도나 주가 하락 등의 문제를 이유로 금지 목소리가 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대통령실에 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에 대한 보고를 6월 중에 할 예정”이라며 “아직 어떠한 보고도 받지 않아 결정된 것이 없다. 공매도 6월 재개는 이 원장의 100% 개인 의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이런 정책 엇박자를 막기 위해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매주 만나는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를 신설하고 22일 첫 회의를 개최했다. 공매도뿐 아니라 해외직구 금지,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등 설익은 정책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은 것에 대한 대응책 성격이다.
당·정·대는 정책협의회와 함께 한덕수 국무총리,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여하는 기존 고위 당정협의회도 매주 일요일 여는 것으로 정례화했다. 성태윤 실장은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30일 22대 국회 개원에 맞춰 반전 카드가 될 만한 ‘1호 법안’도 고심하고 있다.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포함한 저출생 관련 대책이나 의료개혁 및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지원 패키지 등이 거론된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주일에 하루는 반드시 했다, 목포 일반고서 의대 간 전략 | 중앙일보
- "강형욱, 견주에 안락사 말한 뒤 노래 불러"…이경규 발언 재조명 | 중앙일보
- 엔비디아 뛰면 여긴 날아간다…골드만삭스가 꼽은 '대박주' | 중앙일보
- 배우 박철, 신내림 근황 "23년째 몸 망가져…안 죽은 게 다행" | 중앙일보
- "정준영 이민 준비, 승리는…" 버닝썬 멤버 출소 후 근황 깜짝 | 중앙일보
- 유재석, 15년 전세살이 끝…87억 논현동 펜트하우스 샀다 | 중앙일보
- 김호중, 24일 공연 강행?…그날 영장심사 '구속 갈림길' | 중앙일보
- 불륜도 모자라 팬에 주먹질…'명탐정 코난' 성우 만행에 日 '발칵' | 중앙일보
- "직접 증명할 것"…파리 시장, 올림픽 전 '세균 논란' 센강 수영한다 | 중앙일보
- "19억은 걸쳐줘야"…돈 자랑하다가 400만 구독자 날린 사연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