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잠실] '대체 선발' 김민규, 5이닝 완벽투...1369일 만에 승리 기회 왔다
차승윤 2024. 5. 22. 20:14
김민규(25·두산 베어스)가 무려 4시즌 만에 선발승 요건을 채웠다. 대체 선발로 나섰으나 기대 이상의 호투로 팀의 전력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김민규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SSG 랜더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직구 구속은 최고 148㎞/h가 찍혔다. 득점 지원이 많진 않았으나 팀의 1-0 리드를 지키며 선발승 요건을 충족했다. 승리할 경우 2020년 8월 22일 SK 와이번스전 이후 4시즌, 1369일 만의 기록이 된다.
당초 김민규는 두산이 믿고 맡긴 선발 카드는 아니었다. 다만 주축 선발 투수들의 연이은 이탈로 기회를 잡았다. 두산은 스프링캠프 전까지만 해도 라울 알칸타라-브랜든 와델-곽빈-최승용-최원준을 기용하려 했다. 하지만 최승용이 골절로 조기 이탈했고, 브랜든과 알칸타라는 시즌 중 부상으로 번갈아가며 이탈했다. 김동주도 부진으로 선발 자리를 놓쳤다.
물론 대체 선발이 잘 던질 수도 있다. 다만 부진할 가능성이 주축 선발 투수들에 비해 높다. 올해 1군 선발 등판이 없던 김민규를 바라보는 시선도 비슷했다. 이승엽 감독도 22일 김민규의 선발 등판에 앞서 "오늘, 내일 김민규와 최준호가 (이닝 소화 변수가 있는) 선발이라 불펜진 소모를 아껴야 했다"며 "(21일 9회 때 이영하, 홍건희, 김택연까지 던지게 돼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한 건 그래서였다.
김민규는 우려를 깨끗하게 씻었다. 5이닝 동안 SSG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전날 예상보다 소모가 많았던 불펜진이 이틀 연속 필요 이상으로 쓰이는 걸 막았다.
무결하진 않았지만, 도망가지도 않았다. 김민규는 전날 홈런을 친 최정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는 등 1회를 삼자 범퇴로 마쳤다. 2회엔 타율 0.385로 맹타를 휘두르던 선두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볼넷은 내줬으나 후속 타자 한유섬을 1루수 직선타로 잡아 더블 아웃을 챙기며 세 타자로 이닝을 마쳤다. 3회 첫 안타를 맞았지만, 이번에도 후속 타자 둘을 뜬공 처리하며 마무리했다. 넓은 잠실 구장 덕에 다소 비거리 긴 타구도 뜬공으로 막아냈다. 두산 타선은 1회 정수빈의 볼넷과 도루, 이유찬의 적시타로 한 점도 선물했다.
4회가 유일한 위기였다. 2사를 먼저 잡은 김민규는 다시 만난 에레디아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초구 직구가 137㎞/h로 다소 느렸는데 에레디아가 이를 놓치지 않고 공략해 잠실 좌중간을 가르는 대형 2루타로 만들었다. 김민규는 한유섬에게도 볼넷을 내주며 주자를 쌓았지만, 이지영을 힘으로 잡아 우익수 뜬공을 얻고 무실점을 이어갔다.
김민규는 결국 5이닝을 마쳤다.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는 1사 후 하재훈에게 안타를 맞았고, 2사 후 최지훈에게도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하재훈이 도루로 3루를 훔치는 등 그를 압박했다. 하지만 박성한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를 펼친 김민규는 6구째 높은 슬라이더를 백도어로 던졌고, 박성한이 이를 콘택트하지 못하면서 5이닝 무실점 소화를 완성했다.
총 투구 수 80구. 스트라이크는 47구로 다소 적었으나 도망가진 않고 던진 덕에 적은 이닝당 투구 수를 기록할 수 있었다. 선발진 불안에 고민이 많았던 이승엽 감독에겐 단비 같은 투구였다. 이승엽 감독은 임무를 완수하고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춘 김민규를 내리고 6회부터 김강률을 올리며 불펜을 전격 가동했다.
승리하게 될 경우 무려 4년 만의 승리다. 김민규는 지난 2020년 8월 22일 마지막으로 선발승을 기록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상대가 SK 와이번스(SSG의 전신)이었다. 무려 1369일 만의 승리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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